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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Apr 08. 2017

어반 스케쳐스 홍콩 X Colour EXP

복합 문화카페에서 열린 그림 시연회

어반 스케치에 대한 열풍은 홍콩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된 '어반 스케처스 홍콩'에 가입한 후 줄곧 다른 회원들의 그림만 눈여겨보던 어느 날,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안내가 올라왔기에 바로 신청을 해뒀었다. 20명 정원이었는데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마감되었다는 공지가 떴다.


이번 이벤트는 이 그룹의 핵심 멤버이자 강사로도 활동 중인 Sketcher Ben이 자신의 스케치북을 공개해 평소 그림에 담고자 하는 이야기와 함께 시연을 해 보이는 무료행사였다. 홍콩의 성수동쯤 되는 쿤통의 한 카페 [Croma Cafe + Kitchen]에서 진행이 되었다. 이 카페는 필자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같은 공간에 Colour EXP라는 화구점도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윈저 앤 뉴튼과 아르쉬 제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   


크로마 카페와 컬러 EXP의 분위기 (사진 출처 Colour EXP)


한 공간에서 식당은 식당대로 화방은 화방대로 영업을 하고 있고, 거기에 문화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 분위기가 낯설기도 하면서 매우 신선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시작하지만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아르쉬 스케치북을 구경하고 있는데, 스탭 중 한 분이 조심스레 다가와서 행사 참석차 온 것인지 물어왔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참석자 명단에서 필자의 이름을 찾아 확인해주었다.


홍콩은 이미 봄을 건너뛴 여름 날씨다. 시원한 피치 레모네이드를 한잔 주문해서 천천히 마시면서 다른 참석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허심탄회한 홍콩인들 특유의 유쾌함에 오늘도 감탄을 했다. 특히나 같은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났으니 분위기는 더욱 자유롭다. 이 행사에 오게 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어느덧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림에 들어간 자신의 생각과 그 날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시연자



1부는 Ben이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들을 정리해놓은 슬라이드를 중심으로 스크린을 통해 함께 보면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청중들의 질문에도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니 1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질문 중의 하나가 있는데, 현장에서 짧은 시간에 굳이 스케치와 채색까지 다하는 이유가 뭘까하는 거였다. 그냥 사진을 찍어와 집에서 넉넉하게 완성하면 되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Ben의 대답은 이랬다. 물론 그 자리에서 다 마치지 못할 경우는 사진으로 담아온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과 왁자지껄한 소리, 음식의 냄새, 그리고 그곳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은 사진 속에 없기 때문에 되도록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마친다는 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어반 스케치는 그림 속에 단순히 보이는 것만 담는 과정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초보 어반 스케쳐들은 호기심과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그의 스케치북을 직접 넘겨 보기도 했다. 그가 쓰는 물감과 붓 그리고 종이 하나하나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스케치에 색상을 얹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Ben의 모습



2부 시연 때는 크로마 키친에서 제공한 실제 음식들이 그림의 소재로 쓰였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담소를 나누며 Ben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종이 위에 그리고자 하는 가장 큰 공간을 먼저 배치하고 가운데 테이블을 그린 후 음식을 하나씩 종류별로 그려 보였다. 물감 색을 많이 섞지 않아 투명함을 유지했고 음영과 하이라이트부터 처리한 후 주요 색상을 입히는 방식을 선보였다. 마무리하면서는 참석자들 몇 명을 그림에 그려 넣는 팬서비스도 해주었다.


시연자 Ben과 어반 스케쳐스 홍콩 회원들의 진지한 모습 (사진출처 Colour EXP)


다음 행사 때는 모든 참석자들이 Ben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하고 오늘 이벤트가 끝이 났다. 아무래도 홍콩 사람들 위주의 행사이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광동어를 들어야 했는데, 옆자리에 앉은 Dorothy라는 분이 필자를 위해 시종일관 통역을 마다하지 않고 해주셨다. 홍콩인들의 친절함에도 또한 감동한 시간이었다. 음료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한발 늦었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꼭 음료부터 한잔 권해야겠다.

    

Sketcher Ben이 오늘 행사에서 데모로 그려보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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