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를 시작하다

by 보엠

요즘 들어 수채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림으로 된 식사 메뉴나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처럼 주변에서 점차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포근함을 주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싱가폴 에어라인 식사메뉴 표지에 나온 수채화 일러스트

그러나 평소에 그림보다 글과 더 가까웠던 나는 흰 도화지 위에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연필 선 하나 긋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틀리면 어쩌나 망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 그리는 그림인데 틀리는 게 어딨고 망치는 게 어딨나 싶어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래야 진짜 내 것으로 깊이 있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물감과 종이는 수채 전용을 써서 수채화 본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여러 제품들을 골고루 써보고 내게 가장 잘 맞는 재료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나는 무얼 하든지 준비과정이 꽤나 분주한 사람이다.


물감 색상표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신한물감 30색, Bockingford 수채화 전용지 200g/m² NOT]



내 나름의 색상표를 만들고 그 위에 물감을 짜서 적당히 말렸다. 그리고 붓에 물을 묻혀 미리 남겨둔 공백 쪽으로 살살 펴 발랐다.


같은 회사 물감이라 하더라도 색상에 따라 퍼지는 느낌과 입자의 부드러움 정도가 달랐다. 아마도 안료 각각의 특성과 관계가 있는 듯싶었다.


이 작업만으로도 뭔가를 배운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화방 나들이에서 렘브란트(Rembrandt) 고체 물감(Pan) 12색을 구입했고 쉬민케(Schmincke) 수채물감 튜브로 부족한 색을 더 보충했다.


가벼운 플라스틱 알약통을 구해서 그 안에 물감을 짜 넣고 충분히 말렸다. 알약통은 하나씩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반 스케치를 하러 갈 때 꼭 필요한 색상만 챙겨 휴대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수채화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표현기법이 있는데 밑그림 없이 물감 번지기와 흘리기만을 통해 즉흥적인 그림(왼쪽)이 나오기도 하고. 스케치 위에 색을 섬세하게 입혀서 깔끔한 그림(오른쪽)을 얻을 수도 있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도 멋질 것이다.


내가 즐겨먹는 빵 도감 [시넬리에(Sennelier) 48색, 아르쉬(Arches) 300g/m² NOT]


수채화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지난 3개월 정도를 유튜브와 책에 기대어 내 방식대로 혼자 매일 꼼지락거리며 그림을 배워왔다.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소소한 경험들이지만 조금이라도 잊어버리기 전에 이곳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