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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트 Jun 18. 2020

부모님에 대한 감정 바라보기

 뿌리가 건강해야 나무도 건강하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 느낌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생활로 이어진다. 그로인해 부모를 또 원망하게 되고 원망할수록 부모와 같은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이 곧 나 자신이다 ’ 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부모님의 모습으로 똑같이 살아간다는 불변의 뜻이 아니다.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치유하고 풀어내면 자신의 현재도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님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일 때 나의 내면의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느끼고 소통하고 배운 방식으로 성인이 된 후에도 세상과 소통한다. 어린시절, 부모와의 소통과 신뢰가 건강하게 형성된 경우에는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갈등도 잘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부모의 치유되지 못한 화나 분노,고통을 경험하며 자란 경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습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성인이 된 후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혼 후 배우자에게서 부모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예민한 반응이 올라오며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는 무기력과 자책, 원망으로 다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쯤 자신의 근본뿌리에 대해 돌아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모는 연습이 없다. 부모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 분들도 자식을 품기 전에는 그저 누군가의 철없는 자식이었다. 나는 용서에 미숙하던 20대의 어느 날 드라마를 보던 중에 극 중의 엄마가 눈물을 쏟으며 했던 한 대사를 듣게 됐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그래!!”


그리곤 대성통곡하는 장면이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뭔가 울컥하며 복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아마도 “진짜 이해”라는 싹이 뚫고 올라 온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엄마도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지..'  정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 때 비로소 부모님을 부모로서의 관점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깨달음이 일어났던 것 같다.   

  

부모란 자식에게 큰 산과 같은 존재다. 우린 ‘무(無)’의 상태로 부모 밑에서 배우고 커왔기에 부모는 항상 큰 존재고 완벽한 게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부모도 늘 모든 게 처음이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우리와 똑같다. 자식이 둘이건 셋이건 늘 새로운 경험이다. 매일 시험을 치른다.

부모님도 그들의 부모로부터 배우고 경험한 것 외에는 우리에게 줄 수 없다. 스스로 마음수행을 통해 마음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경우라면, 물론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정보에 취약했던 시대에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성인이 되었다면 부모를 같은 한 인격체로써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여린 존재였다. 우리에게 행한 잘못된 방식이 있다면 부모님 또한 학습되어 온 표현방식들이다. 슬픔이나 상처라는 건 으레 속으로 삼키고 꾹꾹 눌러담는 것이라 보고 배워왔을 것이다. 약해지면 죽을듯이 더 강해져야만 살아남는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슬픔이나 아픔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위로받고 치유하는, 그 대물림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쏟아내며 대물림해왔던 방식들을 이해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부모님을 바라보며 자신을 통해 충분히 치유해낼 수 있다. 부모님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마주하고 포용할 수 있다.


용서는 내가  커지는 일이다. 단순히 예의나 의무감으로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할 수 없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간으로서의 삶이라는 여정 전체를 바라볼  있을 때, 진정한 공감과 내적 평화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 ‘조지 허버트(George Herbert)’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건너야 할 다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원망이나 분노, 증오심을 품는 것은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는 격이다. 용서하지 않는 이상  마음이 푸르른 들판을 뛰어다닐 자유와 밝은 미래를 누릴 기회는 없다. 어둠으로 뒤덮인 마음속에 어떻게 희망이 싹틀까. 모든 희망의 열쇠는 우리 마음 안에 있다. 용서는  자신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선물한다. 자신을 위해 세상 모든 원망의 순간들을 수용하고 용서하자.


부모님은 곧 나 자신이다. 나의 거울인 부모님을 용서하는 것은 곧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조금씩 하나씩 비워내다보면 결국은 용서할 것이 없는 존재라는 마음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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