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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아테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by 에밀리

이제 오늘을 보내면 내일 아테네를 떠난다. 3박 4일 길게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짧기만 하다. 가볼 곳이 많고, 먹으러 가야 할 곳이 많은데, 너무나도 아쉽다. 다음에는 그리스 여행계획을 주로 정해야겠다.





아테네에서 새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도 열심히 뚜벅이 여행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통합권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더 멀리 갔으면 정말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친구들이 통합권을 가지러 간 사이에 혼자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즐겨보았다.


이번에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발급받아서 왔다. 여러 카드를 비교해 봤을 때 환전 및 카드 수수료 무료인 혜택이 꽤 괜찮았다. 후기에서 간혹 아테네에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여기서 결제가 안되었다. 간혹 이렇게 개인이 하는 카페나 식당에서 결제가 안되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환전해 온 현금으로 결제했다. 역시 현금은 조금씩 필요했다.


커피 향이 너무 좋았다. 어디 원두를 쓰시는 건가요? 오랜만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오늘 하루 일정을 가뿐하게 마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것만 같았다. 자 오늘도 파이팅 해보자고!!!




신타그마 광장 근처 박물관 및 미술관, 국회의사당 등 근처에서 몇몇 꽃집이 눈에 띄었다. 꽃에 눈길이 자꾸 가면 나이가 든 거라고 하던데, 자꾸 꽃에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 꽃은 어쩜 저렇게 예쁜 색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어떤 색을 띠는 사람일까? 문득 생각해 보게 된다. 나도 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해주고 싶다.


리케이온 입구


다섯 번째 고대 아테네 사람들의 공공모임 장소이자 체육장이라고 하는 리케이온이다. 아폴론 리케이오스를 기리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날에는 문이 잠겨있었다. 홈페이지에도 어디에도 오늘 쉬는 날이라는 표시는 없었다. 그런데 왜 문이 닫혀있을까? 오늘 신타그마역도 폐쇄하고 운영하지 않았다. 역 근처에 경찰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과 상관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진채 리케이온은 밖에서 보는 걸로 만족해했다. 밖에서 보니 큰 운동장 같이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고대 아고라 입구


여섯 번째 고대 아테네 인들의 생활 중심지인 고대 아고라이다. 로만 아고라와는 달리 고대 아고라는 꽤 규모가 컸다. 여기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관광객이 꽤 있었다. 이곳은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정치가나 철학자, 예술가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여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정치, 종교, 문화의 중심지로 규모가 아주 넓었다.



하늘이 무척 맑은 날이다. 그래서 날이 무척 더웠다. 햇빛을 피해 그늘에 앉으면 아주 시원했다. 바람소리, 동물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그늘에 앉아 쉬었다. 그냥 그런 시간이 좋았다.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걷고,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고, 그리고 또 걸으며 고대 도시의 흔적을 알아가는 시간이 좋다.


헤파이스토스 신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보다 더 먼저 세워졌다고 한다. 그리스에 남아 있는 신전 들 중에 가장 잘 보존된 신전이라고 한다. 기둥이 아주 튼튼해 보였다.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튼튼하고 견고했다.


아탈로스 주량 박물관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꽤 알차게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도자기, 그릇, 석상 등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천천히 보면 꽤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한참 더웠다가 박물관에 들어가니 아주 시원했다. 박물관을 다니면서 그릇과 도자기를 계속 유심히 보게 되는데 문양과 라인이 아름다웠다. 디자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아주 세련되었다.


kyklamino Restaurant

오늘도 많이 걸었다. 어제 친구가 열심히 찾아본 구글평점이 아주 높은 식당에 찾아가 보았다. 식당 안에 뒷짐을 지고 계신 분이 사장님이시다. 어디에서 왔냐며 친근하게 물어보시는 사장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더욱 반가워해 주신 사장님이시다. 사장님의 친절로 시작해서 음식을 다 먹고 나가려고 하는데 후식이 있다며 꼭 먹고 가라고 붙잡아 주시는 사장님의 친절로 끝나는 식당이다. 이곳은 세트 메뉴가 있다. 세트 개념은 3가지 음식을 같이 시키면 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후식이 무료이다. 음식은 평범했다. 사장님의 친절이 더해져 맛있게 먹고 나왔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티시오 역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통합권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유적지에 갔다. 일곱 번째 케라메이코스이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었다. 여기는 안내문이 있었다. 요즘 유적지 직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어서 어제 하루 휴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밖에서 보며 아쉬워하면서 내일 아침에 꼭 들려보리라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든든해지니 호텔에 휴식을 취했다. 오늘도 뚜벅이 여행을 정말 열심히 했다. 아테네는 걷는 것만으로 최고의 여행이 된다. 휴식시간을 가진 후,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테네 전체를 볼 수 있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을 찾기 위해 또 길을 나섰다.


소크라테스 무덤

필로파포스 언덕 가는 길 중간에서 소크라테스 무덤을 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은 후 이곳에서 억류되었다가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좁은 공간도 있고, 동굴처럼 안에 더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그 당시 어떤 건물이 새워져 있었던 걸까? 이렇게 공개감옥이 있었던 것일까?


필로파포스 언덕 가는 길에 바라본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올라가는 길에 잠시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보았다. 해 질 녘 조명이 파르테논 신전을 비추고 있었다. 자연의 빛이 비치는 그 빛의 색깔을 무어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는 그 순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필로파포스 언덕


산 길을 따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 쭉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필로파포스 언덕이다. 벌써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일몰을 감상하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흐려 구름이 조금 가려져 있었지만, 역시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고대 신과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9명의 여신들에게 바치는 언덕이라고 해서 '뮤즈의 언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마음속에서 무어라고 자꾸 꿈틀거리는 것만 같은 그 감격을 예술가들은 예술가로 표현하겠지? 그 순간만큼은 나도 멋진 포토그래퍼가 되어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노력해 봤다. 쉽지 않았다.


아레오파고스 언덕


필로파포스 언덕을 내려와 호텔로 가는 길에 아레오파고스 언덕이 있어서 어제 올라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올라가 보았다. 여기도 아테네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야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레오파고스 언덕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저녁이 되면 조명이 비친다. 그 조명으로 황금빛을 만들어낸다.


영원히 변치 않는 견고한 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크로폴리스는 계속해서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테네 어디에서나 보고 싶으면, 언제나 그곳에 서 있는 아크로폴리스, 내 인생에 아크로폴리스는 무엇인가?


플라카지구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플라카 지구 거리를 또 걸었다. 저녁에 걷는 거리는 또 달랐다. 음악이 흐르고,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면 저녁에 아테네를 걷는 시간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아테네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 안 왔으면 엄청 후회할 뻔했다. 그리스의 아테네, 걷는 그 길이 역사가 되고 길이 되는 아테네 거리를 걷고 왔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나의 역사가 되고, 내 삶의 길이 된다는 희망을 다시금 품고 오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의 여행이 더욱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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