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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에페소스 그 길을 걷다.

by 에밀리


튀르키예 여행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에페소이다. 이유는? 큰 규모의 유적지와 원형경기장이 주는 소리의 신비를 잊을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셀축 에페소로 향한다. 30분가량 차량으로 이동한다.


에페스 남문쪽 주차장과 입구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에페스 남문 출입구였다. 주차를 하고 나니 주차비를 내라고 한다. 북문 출입구는 에페스 전용 주차장이 있는 것 같던데, 거기에는 주차비를 받지 않으려나?


패키지 팀에게도 필수 코스인 만큼 이곳에도 관광객이 많았다. 저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패키지팀들이 이동한다. 우리는 그 이동 동선과 겹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고 이동을 시작했다.



남문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가는 이동동선에 따르면 바리우스 욕장부터 시작된다. 2세기에 세워진 목욕탕이다. 무너져 남아 있는 흔적으로는 그때의 모습을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온돌과 비슷한 형태라는 것만 이해하며 지나갔다.


그다음으로 펼쳐지는 길이 바실리카로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세워진 길 양쪽으로 이오니아식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기둥 위에는 황소 머리 모양의 조각이 있었다고 하는데 거의 없어지고, 기둥만 남아있다.



그 옆으로 오데온이다. 대극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소극장이다. 오데온과 시청사 앞에 아고라가 있다. 정치적 회의를 논의하며 제한된 매매가 이루어진 시장이라고 한다. 거의 무너져 대리석의 흔적들만 남아있고, 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의 궁전과 함께 에페스에 공급되는 물을 관리하던 롤리오 샘, 도미티아누스 신전, 니케 여신 부조, 메미우스 기념 묘 그리고 헤라클레스 문이 이어진다. 트라야 눗 샘, 하드리아누스 신전, 바닥에 모자이크호, 벽에는 프레스코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고급 주택터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구멍이 많이 있는 곳이 있어서 어디인가 찾아보았더니 공중화장실이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그곳을 지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니 셀수스 도서관이 있었다.



에페스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의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정면에 네 명의 여인의 석상이 있는 데 지혜를 상징하는 소피아, 덕성을 아르테, 지능의 에노이아, 지식을 상징하는 에피스테메의 석상이 있었다. 머리 없는 석상이 있어 아쉬웠다. 알고 보니 모조품이며 진품은 오스트리아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마제우스와 미트리다테스의 문을 지나 상업아고라가 펼쳐진다. 에페스의 중앙시장으로 항구와 가까운 곳으로 유럽과 지중해 각지에서 들어온 물건이 함께하는 거대한 국제시장이 된다고 한다. 위층 아고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넓은 들판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펼쳐지는 그때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 보면 볼 수 있는 곳이 거대한 원형극장이다. 무엇보다 무대 중앙에서 박수를 치면 소리가 울려 객석 맨 끝에 있는 객석까지 소리가 울리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마침 한국 패키지 팀 중에 한 분이 무대 중앙에서 노래를 부르며 소리가 퍼져 그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에페소 유적지 관람을 마치려고 할 때 대극장 바로 앞에 펼쳐지는 아르카디안 거리를 걷지 않을 수 없었다. 항구에서 대극장까지 이어진다는 아르카디안 거리를 거닐며 멋진 포즈로 사진을 남겨보기도 한다. 그렇게 북문 출입구 쪽으로 소나무 숲길을 걷다 성모 마리아 교회를 찾아볼 수 있었다.


꽤 넓은 거리를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조각과 대리석, 석상 등이 있는 에페스의 관람을 마치고 북문 출입구로 나가면 좋겠지만, 우리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남문 출입구 쪽으로 즉 지금까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다시 돌아가면서 놓쳤던 곳을 다시 차근차근 보며 에페스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자 노력했다.



이제 우리는 에페스 고고학 박물관을 향했다. 이번에는 주차비를 절약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근처 길가에 사람들이 주차해 놓은 곳에 주차했다. 요즘 튀르키예 자동차 주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의점 중에 하나가 있다. 그건 자동차를 주차시킬 때 자동차 안에 있는 짐이 하나도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안에 짐 이 보이면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쳐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물건이 하나도 보이지 않도록 드렁크에 넣어 주의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자동차를 지나가면서 보니 주차되어 있는 차에는 모두 짐이 없이 깨끗했다.



에페스 고고학 박물관 안에는 에페스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적 발굴사진, 대리석상, 부조, 신당 등 한 층에 작은 구조인 듯 하지만 다양한 유물들이 있어서 다채롭게 볼 수 있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성 요한 교회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소를 잘못 찍었던 것 같다. 큰 기둥 하나만 남은 아르테미스 신전 터를 먼저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성 요한 교회까지 방문할 수 있었다. 교회는 4세기쯤 요한의 무덤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요한을 위한 교회였다. 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셀축 시가지와 이사베이 자미도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이제 밥을 먹자. 터벅터벅 성 요한 교회 근처 식당가에 친구가 정해놓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작은 시장으로 식당들도 있고, 물건을 파는 곳도 있어 아이 쇼핑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식당이름이 아르테미스 식당이었다. 다행히 메뉴판에 음식 그림과 함께 가격이 같이 있었다. 가성비 실속 있는 식당이었다. 음식이 하나 둘 나오니, 그 주변 고양이들도 한 마리, 두 마리 모여들기 시작했다. 음식 하나만 달라는 그 눈빛이 힘들었지만 고양이들이 더 모이기 전에 외면해야 했다. 그곳에서 난생처음으로 맛있는 양고기를 먹게 되었다. 튀르키예 여행 중에서 제일 맛있는 양고기였다.


이렇게 오늘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약 3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파묵칼레에 도착할 쯤에 멀리서 보이는 하얀 언덕이 눈에 바로 들어왔다.



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가? 33-36도의 석회성분이 함께 하는 물이 지하에서 솟아나 언덕을 흐르면서 석회를 남기고 그 위에 계속 침전되면서 대규모의 석회 언덕을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이 광경을 내 평생에 보게 되다니 놀라웠다.



우리가 예약했던 Anatolia Hotel에 도착했다. 이곳 은한 달 있으면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는 조금은 낙후된 호텔이었다. 이 호텔의 매력은 샤워기 온수였다. 온천수 근처 호텔이라 그런지 샤워할 때 나오는 물도 달랐다. 수압도 세고, 물도 보통의 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도 아주 보람 있는 하루를 보냈다. 알차게 보고 돌아온 것 같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온천수 샤워 물로 잘 씻고 나니 아주 개운했다. 지는 노을을 보며 내일 보게 될 파묵칼레 석회층 방문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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