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 하얀 언덕에 서다.

by 에밀리

파묵칼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세계문화유산인 석회층과 히에라폴리스이다.

이 두 곳을 다 둘러보는 데에 하루가 걸린다.





오늘 아침은 설레는 마음으로 눈이 떠진다. 오늘은 바로 어제 감동으로 맞이한 파묵칼레 석회층을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장면들을 눈에 담을 수 있을까?


미리 얻은 정보에 의하면 하얀 언덕에 햇빛이 반사되어 얼굴이 많이 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크림을 열심히 챙겨서 바른다. 그리고 석회층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기에 신발은 최대한 가벼운 걸로, 그리고 짐은 최소로 길을 나선다.


룰루랄라~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를 향해 언덕을 올라간다. 앞을 바라보며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그리고 매표소에 가뿐한 마음으로 뮤지엄 패스권으로 '띠릭' 하며 들어간다.


입구에는 벤치가 있다. 그건 앉아서 신발을 벗고 짐을 잘 챙기라는 배려인 것 같다. 입구에는 관광객을 주시하는 직원이 있다. 아마 신발을 벗고 가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드디어 한 발을 내딛는다.

하얀 석회층이 미끄러워 넘어지면 어쩌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차갑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걸어 올라간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와~'


석회층의 두께는 약 4.9 제곱킬로미터로 매년 1mm 증가한다고 한다. 그 두께가 두툼한 것 같다. 그래야 우리가 발을 내딛어도 단단하게 지탱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언덕을 보니 흘러내리는 흔적으로 남아있는 석회층으로 멋진 배경응 이룬다. 그리고 그 밑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를 본다.


캬~


날씨까지 좋다. 그냥 인생샷이 나온다.

찍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다.


이런 날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잡지화보를 찍어야 하는데 하는 아주 큰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은 물이 찾다. 나중에 내려올 때는 햇빛의 영향으로 따뜻하지 않을까?


가족단위로 여행을 온 사람들, 연인들, 노부부, 홀로 영상을 찍는 유튜버, 다양한 나라에서 온 패키지 팀 등 이곳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양이다.


감격에 감격을 더하면서 올라간다.


멋진 외국언니들의 멋진 사진 포즈도 따라 해본다. 이제 제법 날씬해 보이는 각도를 익혀간다.



오르고 또 오르면 높은 언덕에 다다른다. 언덕 정상에 올라가니 이렇게 높은 곳에 어떻게 이렇게 넓은 도시를 세울 수 있을까? 감탄한다.


드디어 히에라폴리스를 만나게 된다.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 2세가 기원전 190년 경 건설했다던 도시 히에라폴리스이다. 이름은 '성스러운 도시'라는 이름의 뜻을 가진다.



히에라폴리스에서 출토된 유물을 모아 전시된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 전부 3개의 전시관으로 되어 있으며, 대리석상과 멋진 석관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지나 언덕을 더 올라가면 꽤 경사가 높은 원형극장이 있었다.


꼭대기 언덕이 얼마나 넓으면 이곳을 투어 할 수 있는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경차도 대여해 준다. 가이드가 함께하여 설명해 주는 투어도 있다. 정말 넓다.



'죽은 자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네크로폴리스이다. 히에라폴리스에 치료의 희망을 가지고 온 환자들이 많았는데, 치료받지 못한 사망자들이 거하게 되는 공동묘지이다. 1,200기에 이르는 많은 무덤이 있었다. 그 당시 치료받기 위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산 높은 곳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더 높은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성 빌립 순교 기념당도 있었다. 높은 곳에 대도시를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그려져 있는 곳이다.



도미니티아누스 문은 85년 율리우스 프론티누스가 도미티아누스 황제에게 바친 것이라는 뜻에서 도미니티아누스 문으로 불려졌다고 한다. 문을 통과하고 나면 그들의 삶의 터전인 것 같은 아고라가 펼쳐진다.



다 둘러보고 중심에 있는 클레오파트라도 온천하고 갔다는 온천이 있었다. 이 온천에는 따로 130리라를 지불하고 들어가야 했다. 아마도 관리하는 차원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데 외국인하고 내국인의 입장료의 차이는 왜 그럴까?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이다.


수영복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에 온천 앞에서 수영장의 필수 음식인 컵라면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우연히 골라 먹게 된 컵라면인데, 튀르키예에서 제일 맛있다던 인도 컵라면이었다.


사실 나중에 컵라면을 사러 가면 이 컵라면 밖에 없었다. 튀르키예에 사는 친구에 의하면 튀르키예 라면은 정말 맛없다고 한다. 그래서 파는 라면이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넓은 곳이기에 길을 걷다 공원처럼 조성된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그곳에 앉아 파묵칼레 전체를 내려다보며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앉아 있으니 산 꼭대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정말 위대하다.


음악을 들으며 잠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바라다보며 시간을 보내면 내려왔다.


힐링이 바로 이런 것이라~


입구에 다다르고, 벤치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한국인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튀르키예에 꽤 오랜 시간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


와~부럽다.


앞을 보며 열심히 인생을 막 달려오다가

잠시 쉼표를 찍고, 여행을 하고 계신 거겠지?

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나도 나중에 그런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점점 여행이 너무 좋다.

나중에 이렇게 또 여행을 나오고 싶다.



입구에 서니 우리가 점심을 약하게 먹은 걸 깨닫게 된다. 배고픔에 허기져 사장님 서비스가 아주 좋다고 소문난 식당으로 향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지 몰라도 우리가 가니 우리나라 옛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셨다. 오랜만에 휘트니휴스턴의 보디가드 대표곡도 들었다.


이 식당 만의 특색은 감자튀김을 찍어 먹을 21가지의 소스였다. 이 모든 소스를 활용해서 먹지는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흡족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몇 가지의 케밥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21가지 소스가 제공되는 만큼 감자튀김도 아주 풍족하게 주셨다. 그리고 나중에 후식으로 챙겨준 간식 또한 인심이 후하셨다.


다른 식당과 비교하면 여기 사장님은 여유로우신가? 생각할 정도로 푸짐하게 주셨다. 다 먹고 나갈 때 또 생수 1병씩 챙겨주는 센스까지 사장님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렇게 또 오늘 하루를 보낸다.


석회층에 비친 멋진 야경을 기대하며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지만, 멋진 야경은 볼 수 없었다. 아마도 비수기 기간이라 그런가?


그래도 하늘은 맑았다.

저녁인데도 하늘은 맑았다.

밤인데 하늘이 이렇게 맑아도 되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저녁 밤거리를 잠시 걷는다. 그렇게 우리는 파묵칼레에서의 밤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주 만족스러운 오늘이다.


그렇게 해피엔딩이면 좋으련만,


BUT

숙소에 돌아갔다.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방문이 잠겨 있었다.

사실 친구 한 명이 방에서 쉬고 싶다고 해서 그 친구만 두고 우리끼리 잠시 밤거리를 산책하고 돌아왔다.


열쇠도 두고 나왔건만,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핸드폰으로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들려오는 건,


드르렁~드르렁


친구의 코 고는 소리만 들렸다.

많이 지친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숙소 직원을 불러

마스터키로 열고 들어갔다.


아주 웃픈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 일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