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안탈리아로 떠난다.
파묵칼레에서 안탈리아로 가는 사이에 소아시아 7대 교회 중에 한 곳인 라오디게아교회를 들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라오디게아 고대 도시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과연 어떤 장면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점점 올라가 보니 드넓은 들판으로 펼쳐져 있는 라오디게아 고대 도시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넓었다.
로마제국 때 소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에 하나였다. 도시 안에 큰 경기장이 2개나 될 정도로 규모가 정말 넓었다. 7세기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고, 11세기 셀주크의 침략, 13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점점 잊히다가 뒤늦게 발견된 곳으로 아직도 복원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돔으로 천장지붕으로 덮인 라오디게아 교회를 볼 수 있었다. 많이 훼손되고 무너져 보조장치들이 많이 있었다. 물이 공급되는 수로도 볼 수 있었고, 바닥에는 모자이크화가 많이 벗겨져서 거의 바닥이 유리로 막아놓고 있었다.
교회 옆에 제우스신전도 볼 수 있었다. 이 때도 교회옆에 신전이 있는 건가? 영화에서 본 듯한 히어로 영웅들이 나타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오니아식 기둥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도시 중간중간에 건물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무엇보다 물이 다니는 수로의 흔적들을 유심히 볼 수 있었다.
요한계시록에 라오디게아 교회 성도들에게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미지근하지 말고, 차든지 뜨겁든지 확실히 하라고 권면하는 구절이 있다.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예로 들어 알기 쉽게 이야기된 것 같다.
아침에 비가 왔었다. 그렇게 그곳을 걷는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무지개였다. 비 온 뒤에 맑음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무지개를 보며 응원받는 것 같았다. 보기 드문 무지개를 그것도 튀르키예에 와서 보다니, 의미 있게 오늘을 기억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안탈리아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져 하늘이 맑았다.
가는 길에 우리는 설산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눈이 뒤덮인 산을 보면서 드넓은 들판을 보며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가다 보니 이번에는 흑백으로 뒤덮인 산을 볼 수 있었다. 흑과 백의 오묘한 산들을 보며 우리는 안탈리아를 향해 달렸다.
안탈리아에 도착하니 복잡한 도시에 차들이 엄청 많았다. 우리 호텔은 구시가지 안에 있었다. 그래서 좁은 골목을 들어가는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갔다. 여기는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출입이 통제가 된다고 한다.
와, 골목이 정말 좁다. 차 한 대가 들어가기 힘든 골목에 차가 들어간다. 그 복잡한 구석구석을 통해서 겨우 호텔을 찾게 되었다. 해외여행에 필수품은 바로 구글지도인 것 같다. 어쩜 구석구석 좁은 골목길을 잘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하드리아누스 문을 찾아갔다. 130년 로마 황제인 하드리아누스가 이곳에 방문한 것을 기념으로 세워진 문이라고 한다. 이 문을 통해 들어가면 구시가지 골목들이 펼쳐진다. 구시가지의 건물은 오랜 된 건물이 많았다. 그래서 더 이국적이었다. 골목골목에 자리한 소품상점과 식당들을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하드리아누스문 반대편 횡단보도를 지나면 신시가지 거리를 볼 수 있다. 그곳에 한 식당을 찾아갔다. 그곳에 한국인들 사이에 '잔잔'이라고 하면 통하는 맛집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3층 건물에 그날에도 사람이 많았다. 가정식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메뉴판으로는 우리가 찾는 그 음식을 찾기 힘들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음식을 주문해 달라고 했다. 샐러드와 라마쿤을 주문했다. 샐러드가 정말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계산을 하고 보니 샐러드가 3인분이었던 것이다.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던 우리가 실수였다. 나중에는 정말 최고의 후식이 있는데 왜 안 먹냐며 이야기하던데 우리를 호갱님으로 알았던 것 같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음식보다 후식이 더 비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었다. 그거면 되었다.
늦은 점심을 먹은 우리는 Migros [미그로스] 큰 마트가 있어서 장을 보기로 했다. 우리가 예약한 튀르키예 호텔 거의가 전기포트가 없었다. 여기서 할인을 하고 있어 전기포트를 득템 했다. 이제 우리 물을 끓여서 따뜻한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매번 구입해서 먹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말이다. 드디어 컵라면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는 그 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안탈리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어쩜 우리가 간 날이 그 날일 줄이야, 날씨요정님 누구인가요? 바로 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여행 갈 때 비가 온 적이 많았다.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안탈리아는 밤에 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걸 기대했건만, 야속하게도 그날밤 비가 아주 많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내렸다. 실망감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비가 조금 그치는 듯싶어서 밖에 나가보았지만 금세 비가 또 아주 많이 많이 내렸다. 결국 우리는 옷이 다 젖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게 안탈리아에서 묶는 아쉬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호텔이 생각보다 추웠다. 안탈리아가 그렇게 추운 적이 별로 없어서 인가? 오래된 히터를 틀으니 엄청난 소음이 났다. 이불도 얇고, 이렇게 우리는 추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때부터였다. 감기로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든 시작이 이때부터였다.
아쉬웠다. 체력 조절을 잘하면서 보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비와 추운 날씨, 얇은 이불이 컨디션 조절 실패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