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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하세계에 들어가다

by 에밀리

날이 흐리다. 비가 올 것만 같다. 그래도 좋다. 여기는 카파도키아이다.




아주 푹 잤다. 뽀송뽀송한 이불과 온화하고 포근함 속에서 아주 잘 잤다. 그리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식을 먹기 위해 룰루랄라 식당으로 올라갔다. 조식무료 숙소라 너무 행복하다.


여기가 바로 뷰맛집이었다. 창문너머로 쫙 펼쳐진 괴레메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친절한 직원의 인사와 함께 조식을 시작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더 있었다. 다 다른 나라에서 온 것 같았다.



조식뷔페의 종류는 다양했다. 촉촉한 빵, 여러 가지 각종 소스, 커피와 차이, 우유, 과일 등 조식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아침에 여유를 즐기며 오늘의 일정을 위해 든든하게 먹었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비가 올 것 같다. 그래서 실내 쪽으로 관광하기로 했다. 카이마클르과 데린구유 지하도시에 가기로 했다.


지하도시란 말 그대로 지하에 굴을 파서 도시를 조성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과연 그곳에 답답함이 느껴져 제대로 관람을 할 수 있을까?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을까?



지하 8층의 깊이에 수용인원이 2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살 수 있는 아주 넓은 곳이었다. 도시라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을 만큼 모든 것이 다 있는 도시였다. 생각지도 못한 모든 시설이 다 갖춰진 곳이었다. 로마와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은신처를 삼았던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외교의 침입에 피해 이곳에 은신처를 삼은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카이마클르와 데린구유 지하도시 두 군데 다 잘못 길을 들어서게 되면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화살표 표시를 따라서만 갔다. 들어가는 표시를 따라 쭉 들어가고, 그다음에 나가는 표시만 쭉 따라서 나갔다.



데린구유 지하도시에서는 매표소 입구에서 직원이 한국말로 인사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곧 안쪽에 관람하는데 가이드 필요하지 않느냐며 누군가가 뒤쫓아왔다. 튀르키예에 관광을 하다 보면 가끔씩 위치 설명을 해 주는 듯하다가 보며 결국은 가이드 설명을 해서 가이드비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곳에서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잘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기 위한 최대한의 준비가 이루어진 것이다. 삶과 죽음 앞에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할 최선인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이곳에서 살았던 분들의 치열한 생존을 엿보며 내 삶에 대한 감사를 깨달아 본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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