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잊히고 지나가버릴 백수생활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펜을 든다.
3개월의 계약직을 마치고, 나는 또다시 백수생활을 시작한다. 이렇게 계약만료로 끝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나름의 계획된 백수생활을 위해서 과감하게 계약만료를 선언해 본다.
계약만료 전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계약만료 후에 바로 또다시 계약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또다시 계약은 3개월이었다. 그럼에도 주위에서는 경력으로 좋은 제안이라고,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내 선택을 만류한다. 그럼에도 나는 계약만료했다.
그리고 며칠뒤, 대출로 쌓인 내 통장잔고는 점점 바닥을 보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현실적인 고민을 하자면, 부모님께서 병원에 가시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도대체 끝나지 않을 대출의 연속, 비워만 가는 통장잔고를 보고 있노라면, 이 나이에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한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현실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여정을 겪고 있고, 평범함을 찾아볼 수 없다.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자꾸 뱅글뱅글 돌기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마저 현실도피하고 있다.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자격을 취득하고, 단기 직장에 떠돌아다니며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
무엇이 무서운데?
뭐가 무섭기에 현실을 자꾸 도피하는 것인가?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알고 보니 인생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하여,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대처해 나갈 테지만, 나는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현실도피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현실도피여행의 막바지에 다 달았다. 이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전문가로서 성장할 것을 다짐한다. 죽으나 사나 이제 딴 길로 새어나가지 말고, 한길만 걸어가고 싶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기록하려 한다.
아름다운 백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