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ndronach 12
[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
나는 원래 위스키를 잘 마시지 않았다. 위스키보다는 와인, 전통주가 취향이라 생각했고 위스키는 독하기만 하다 생각해서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별로 도전하고자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러던 내가 위스키에 푹 빠져 매주 위스키를 즐기고 매일 위스키 관련 책들을 읽고 공부하며, 위스키 바 오픈을 꿈꾸게 된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가까운 거리의 단골바, 함께 위스키를 즐기는 친구들 그리고 위스키가 내가 먹을 수 있는 류의 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부드러운 첫 위스키.
독하기만해서 알코올의 향이 술의 향을 덮는다고만 생각하던 나를 위스키를 사랑하게 만든 첫 위스키가 바로 이 그렌드로낙 12년산이였다. 몇년 전 단골바에 처음 갔을때 위스키를 잘 모른다고 말했더니 바텐더가 처음으로 추천해준 위스키이기도 하고, "위알못"이었던 나에게 이렇게 목넘김이 부드러운 위스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위스키가 바로 이 글렌드로낙 12년산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본 위스키 병도 이 글렌드로낙 12년산이었고, 이 위스키를 시작으로 위스키라는 술이 생각보다 즐길만하겠다고 느꼈다.
위스키의 맛이란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맛의 경험과 미각의 역사에 따라 모두 다른 것이라 감히 이 위스키의 맛을 "과일향과 바닐라향이 고루 느껴지는 풍부한 셰리향"이라 정의내리기는 어렵겠으나, 나에게 그렌드로낙은 풍부한 향보다는 은은한 향을 가진 누구나 마시긴 편할 만큼의 향과 도수를 가진 최고의 엔트리 위스키이다.
하이랜드 위스키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글렌드로낙의 라인업에는 12년 뿐만 아니라 15년, 18년, 31년 등과 다양한 우드 피니시 위스키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15년, 18년과 캐스트 스트랭스(CS)를 마셔봤는데, 다른 무엇보다 나에게 글렌드로낙은 12년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위스키를 마셔보고싶어하는 친구들이나 동생들과 위스키바를 가면 꼭 주문하는 것이 이 글렌드로낙 12년산이다. 이 부드러움과 마일드함으로 위스키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다른 위스키들을 추천하면 (기분탓일지언정) 다들 위스키에 대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기분이다.
지난 주말부터 앓기시작하더니, 독감에 처음 걸려보는 경험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심하게 앓은 터라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이내 몸 구석구석이 아프다. 이번 주말도 춥고 요란한 날씨 덕에 잠을 푹 자는 주말을 보냈다. 이제 충분한 휴식을 했으니,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다음주부터는 기필코 동면에서 깨어 맛있는 위스키가 함께하는 알찬 주말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바야흐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