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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May 09. 2020

내 인생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나도 작가다 공모전]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돈, 스펙,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있던 참 성실했던 아이



학점의 노예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학점의 노예로서 살았던 기억이 가장 크게 자리한다. 나는 왜 학점의 노예가 되었을까? 경쟁을 즐기는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결국 돈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며 살았던 습관, 나 말고도 위아래로 대학생이 둘이나 더 있던 집안 환경, 불안정한 아버지의 수입 등이 복합되어 돈에 관한 나의 주된 정서는 불안함이었다. 입학 후 무조건 학점을 잘 받아서 장학금을 받아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성적 장학금 받는 방법을 샅샅이 뒤져본다.


사립대학교라서 기준이 까다로울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실로 내 눈을 의심했다. 

전액 성적 장학금 수여 : 400명 중에 단 한 명. 

근데, 나도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불가능해 보이던 전액 성적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학점 노예로서의 삶은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대학생 모드로 4년을 보내게 했다. 열심히 했더니 졸업할 때는 과대표 중 한 명으로 상을 받고 있었다.




돈의 노예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이대로 졸업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당시에 유행 중(?)이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대학생들이 많이 선택했던 이유는 나처럼 돈이 없는 경우 해외 경험 쌓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력서에 해외 경험을 단 한 줄이라도 쓰기 위해 다들 그렇게 호주행 비행기를 탔다.


호주에서 겪었던 나만의 스토리

이력서 돌리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3주간 누워만 지낸 이야기, 교통사고 낸 운전자에게 돈 한 푼 못 받은 이야기, 돈이 없어서 머핀으로 몇 주간 끼니를 때운 이야기, 다친 다리로 매일 이력서 100통씩 돌리면서 좌절한 이야기, 결국 일을 구해서 매일 아침마다 배 타고 섬으로 출퇴근한 이야기, 첫 출근길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렸던 벅찬 느낌, 아침마다 손이 굽어 펴지지 않은 손가락을 따뜻한 물에 담그며 폈던 이야기 등등

눈물겹지만 자랑스러운 스토리들이 많았는데, 이력서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옴으로 끝이 났다.





돈과 학점의 노예가 돼서

내가 놓쳐버린 것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이유는 대학시절에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았다, 해외에서 고생 좀 했다고 자랑하기 위한 목적의 글이 아니다. 사실 누구나 각자의 대단한 스토리들은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는가? 


나는 내가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돈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못 먹은 것, 여행을 못한 것, 대학생 시절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던 것,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따듯하지 못했던 것, 남들 보기에 괜찮은 일만 하려고 했었던 것, 취업준비를 할 때도 남들 기준에서 준비했던 것, 나 스스로의 자신감이 항상 부족했던 것, 부족했던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애써 강한척했던 것.


인생 = 학점 = 스펙 = 취업 = 직장인 = 월급 = 네임밸류 = 돈

평생을 옭아맨 이 굴레를 벗어던지고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1년의 신중한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틀 안이 아닌 틀 밖에서 자유롭게 도전해 보고자하는 열망으로. 



우리가 평생 일하는 시간 약 8만 시간.

95퍼센트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5퍼센트의 시간, 4,000시간 = 2년

4,000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데 쓰는 사람은 분명 뭔가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낼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경쟁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걷자


퇴사 후 블로그에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남의 기준이나 돈의 속박이 아닌, 나만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며 미래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들. 보통 1일 1포스팅이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내 생각을 말하고 드러내는 것을 스스로 억압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나를 표현하는 일에 미친듯한 열정을 갖게 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끼니를 거르면서도 글을 쓰는 행동을 통해 몰입하며 자유로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계속 안주하면서 회사를 다녔다면 나의 자존감과 본질을 찾는 시간이 그만큼 늦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의 경쟁이 아닌 회사 바깥의 경쟁을 택했고, 둘 중 어느 것이 더 치열한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치열한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인생을 설계하고 그 목표를 위해 하나하나 실천해보는 삶이다.


서른넷, 지금까지 열심히 잘 살아온 나에게 2년이라는 시간을 선물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회사원에서 기업가로, 수강생에서 교육자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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