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폭락장 속에서 머니게임을 보았다
머니게임, 비트코인, 비이성적 나날들
두 달 치 월급이 녹아내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연속 바닥을 뚫고 -34% 까지 급락했다. 돈을 분실한 것처럼 아찔하다. 계좌에 있었던 623만 원이 사라졌다. 내심 가격이 전고점을 돌파하길 바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망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다. '검은 수요일'이라 불리는 지난주가 하락장의 끝인 줄 알았다. 토요일은 수요일보다, 일요일은 토요일보다 더 잃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80% 폭락한 전례가 3번이나 있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어쩌면 -90%보다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코인 투자를 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반토막이 났다. 때마침 월요병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담배가 당긴다.
눈 딱 감고 참는다. 매일 담배 한 갑을 사서 피우는 돈을 아끼면 1년에 1,674,000원이다. 생각해보니 매달 167만 원을 투자금으로 저축하고 있다. 1년에 2천만 원을 모으겠다는 굳은 목표를 갖고. 어렵게 모은 투자금은 저축 속도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2주 내내 하락세 이후 폭락. 하락장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돈을 모으고 불려야 하는데 오히려 까먹고 있으니 자책감과 절망감이 배가 된다. 나 말고 누구를 원망할까? 가격 상승을 믿고 투자하면 반드시 수익을 볼 거라는 믿음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금요일 밤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정주행 하면서 정신 줄을 붙잡아보기로 했다. 유튜버 진용진의 화제작 <머니게임>을 보았다.
웹 예능 머니게임 (출처 : 유튜브 채널 '진용진') 총 8부작인 머니게임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 작품을 소재로 촬영한 웹 예능 시리즈물이다. 돈이 절박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정체불명의 공간에 갇혀서 100일 동안 생존게임을 벌인다. 최후에 남은 사람은 총 상금 448억 원을 차지한다. 살아남는 데 필요한 물건은 각자의 방 안에서 인터폰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단, 물건의 가격은 무려 바깥세상의 1,000배에 달한다. 생활용품을 구입한 만큼 총상금에서 차감한다. 돈을 적게 쓸수록 많은 금액을 챙길 수 있다. 유튜브 버전은 참가자 8명이 총 상금 4억 8천만 원을 걸고 14일 동안 생존하는 내용이다. 물가는 100배를 적용한다. 마지막까지 쉽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웹툰 머니게임 (출처 : 네이버 웹툰)
인터폰만 있는 방에 갇힌 참가자들은 밖에서는 있는 게 당연했던 화장실마저 없는 상황에 당황한다. 간이변기부터 당장 밤을 보낼 침구까지 100배의 값을 주고 사야 한다. 1,000원짜리 삼각김밥 하나가 10만 원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최대한 돈을 아껴야 내 몫으로 돌아오는 상금이 한 푼이라도 늘어난다.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없는 사회적 압박과 더불어 인간의 탐욕이 게임의 재미요소다. 어이가 없게도 참가자들은 타인의 소비를 제약하면서도 원초적 욕구를 못 이겨 돈을 낭비한다. 그렇게 절박하다는 사람들이 담배는 피워야 하고 소주도 마셔야 하다니.
2주를 못 참고 165만 원어치 소주 10병을 주문해서 마시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너무나 비이성적이다. ‘아니, 나는 1년에 167만 원이 아까워서 담배를 참는데 저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게 맞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술·담배를 좋아해도 그렇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들에게는 소주 한 병의 내재가치가 16만 5천 원이고 담배 한 갑이 45만 원인 게 합당한 것이다. 14일 동안 스마트폰, TV, 컴퓨터가 없이 답답한 공간에서 간이 변기를 사용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최후에 남는 인원이 적을수록 1인당 상금이 늘어나므로 그야말로 개싸움이 벌어진다.
머니게임 6화에 나온 참가자들이 마신 술병. 1병이 165,000원이다.(출처 : 유튜브 채널 '진용진' 머니게임 6화)
갈등, 욕설이 난무하는 한 편당 삼사십 분짜리 영상을 몰아보니 손에 땀이 났다. 도파민 샤워를 하는 통에 시세 확인을 덜 하면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 여전히 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100배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생필품(?)을 사들이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매수 평균가 6,400만 원에 내가 산 비트코인의 가격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최초의 비트코인 가격은 0원이었다. 2010년 5월 22일은 라스즐로 해예츠(Laszlo Hanyecz)라는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사 먹은 ‘피자데이’ 기념일이다. 상징적 거래 당시의 비트코인 가격은 0.004달러였던 셈이다. 그때에 비하면 100배, 1000배 수준이 아니다.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와 그의 자녀들. 왼쪽은 2018년 피자데이 기념 사진. 오른쪽은 2010년 피자 주문 당시의 사진.(출처 : 해시넷)
비트코인이 암호화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체크카드와 삼성 페이를 놔두고 굳이 코인으로 결제할 필요가 있을까? 거래시간이 10분이나 걸리는 비트코인으로 당근 마켓 거래를 하는 상상을 하면 끔찍하다. 암호화를 함으로써 얻는 탈중앙화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장점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화폐는 아니지만, '투기성 고위험 자산'인건 맞는 것 같다. 수량은 2,100만 개로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오른다. 무한정 오르지는 않겠지만 1억까지는 계속 오를 줄 알고 샀다. '~라고 할 때 살 껄'하고 매수한 그 지점이 고점이었다. 슬프게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오만했다.
2021년 5월 24일 새벽에 자기 전 나의 평가손익과 수익률. 아침인 지금은 손실액이 백만 원 더 늘어났다.
‘나는 항상 옳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이번 실패로 얻은 교훈이다. 단시간에 자산 격차를 만회하려는 마음에 조급했다. 투기성 자산에 망설임 없이 돈을 넣었다. 가상자산으로 이익을 보려면 돈을 모두 잃을 생각을 해야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 상대방 음해, 제작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알려지면서 방송 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머니게임 출연자들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방송을 보면 서로 이미지를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들처럼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한다. 서로 자기가 잘하고 있고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이미지 세탁에 실패하며 우승상금보다 큰 손실을 입는다.
앞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는 나의 선택이 틀릴 수도 있음을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세워야겠다. 무조건 나만은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경계해야겠다. 코인이든 주식이든 가격이 오르면 좋다만, 내려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구체적인 대비책 없이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직 자산을 처분하지는 않았다. 없는 돈인 셈 치고 업비트 어플을 지울까도 생각 중이다. 지금 가격에서 패닉 셀이 몇 번 더 일어나며 더욱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 반등이 나오길 바라며 상승에 배팅하는 수밖에 없다. 변동성 때문에 빠져나간 자금은 결국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다.
비트코인 역사적 조정 사례. 80% 폭락이 세 번. 30~40% 조정은 평범해 보인다.(출처 : Niccolo Conte, 2021.05.19. VISUAL CAPITALIST)
* 이 글은 개인의 비트코인 폭망 후기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인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와 투기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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