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콘텐츠 큐레이터에 건네는 인사. "링에,어서 오십시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당신은 카카오톡 버전을 9.4.5로 업데이트하고 콘텐츠에 관한 새로운 뷰(VIEW)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콘텐츠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
카카오톡 모바일 앱 하단의 4가지 메뉴 중 세 번째 자리는 #(샵) 탭이 차지하고 있었다. 2015년에 카카오에서 출시한 샵(#)은 카카오톡 친구와 대화하는 도중에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친구 연락처, 대화, 더보기 탭과 나란히 있었던 그 #탭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만 사라져 버렸다.
카카오에서 8월 3일 업데이트를 통해 #탭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탭은 우리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스타벅스 냅킨에 급하게 그림을 그려서 샵 탭을 추억해보았다.
뉴스, FUN, 쇼핑, 방송 탭으로 구분되며 첫 화면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본 기사 제목과 뉴스 사진이 순서대로 보이는 레이아웃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에게 카테고리 노출의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 추억의 페이지다.
카카오톡은 #탭 대신에 하단 메뉴 중앙에 VIEW라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어제 했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오늘 오전에야 무언가 달라졌음을 감지했다. 아래 메뉴 정가운데에 마치 아이폰 홈 버튼처럼 자리 잡은 낯선 동그라미 모양의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콘은 아래 그림과 같이 생겼다.
물론 농담이다. VIEW 버튼은 위 사진에서 손등에 그린 그림처럼 원을 품은 괄호를 90도로 회전한 것처럼 생겼다. 뷰탭을 처음 활성화하는 장면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해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뷰탭을 처음 사용하면 카카오톡 앱은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보여주면서 이 중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고르도록 유도한다. 동물을 좋아하면 '+동물' 이라고 쓰여있는 네모를 누른다. 재테크에 관심 있으면 해당 네모를 누르고 진행하면 된다. 이 역시 스크린샷이 없는 관계로 커피를 마시면서 그려보았다.
이때 정말 관심 있는 몇 개 주제만 고르지 않은 게 나의 실수다. 모두 관심 있다는 선택을 한 죄로 내 카카오톡 뷰탭은 온갖 잡탕 주제로 도배되어버리고 말았다. 카카오톡 뷰탭은 아래와 같이 생겼다. 드디어 조악한 그림이 아닌 실제 이미지로 뷰탭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사라진 #탭과 새로 생긴 VIEW탭이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 기존에 #탭은 가장 먼저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뉴스 기사를 보여주었다. 그다음 인터넷에서 화제인 웃긴 자료를 보여줬다. 다음 카페에 올라온 유머나 이슈 글을 모아서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다음으로는 쇼핑하기 메뉴로 이어지면서 콘텐츠의 우선순위를 언론 기사에 두었다.
반면에 VIEW 탭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죄다 링에 올라와서 로열럼블(처음에 2명이서 시작해서 90초마다 한 명씩 입장해서 총 30명이 겨루는 이벤트) 경기를 펼치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의 카카오 생태계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근육질 레슬러들처럼 누가 누가 읽을 가치가 있고 볼만한가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누가 콘텐츠를 발행하는가?
별의별 사람들이 뷰 탭의 플레이어로 참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이름 옆에 카카오톡 채널 친구 추가 버튼이 있다. 일단 뭐라도 발행하고 싶은 사람은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뷰 탭 페이지, 볼수록 심상치 않다. 언론사에서 발행한 보드는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참 내려야만 한 두 개씩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뉴스가 1면을 차지하고 있던 페이지를 점령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카카오톡이 새로 오픈한 콘텐츠 콜로세움에서는 카카오톡 채널 친구가 채 20명이 되지 않는 육아 레시피 정보 채널부터 백만 명이 넘는 친구를 가진 왓챠 채널, N잡 채널, 에세이 작가 채널, 친구 6만 명의 경제신문 채널이 한데 뒤엉켜 날 보러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인기 동영상을 추천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탐색 탭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의 인기 게시물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카카오톡 뷰탭은 그렇지 않다. 카카오톡 채널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보드를 발행할 수 있다.
더욱 희한한 점이 있다. 콘텐츠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게시물을 모아서 보드를 발행할 수 있다. 아래 캡처 화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뷰 탭의 플레이어 중에는 오롯이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과 유튜브 영상으로 보드를 발행하는 콘텐츠 크레이터가 있다. 한쪽에는 특정 주제로 타인의 콘텐츠를 골라서 주제별 보드를 발행하는 콘텐츠 큐레이터가 있다.
'오구오구' 채널이 '씻기 싫어하는 멍뭉이들'을 주제로 발행한 보드에는 루리웹 닷컴, 더쿠, 도탁스, 쭉빵카페를 포함하여 4개 커뮤니티에서 큐레이션 한 멍멍이들의 게시물이 있다. 오른쪽 '한상훈' 채널에는 정윤선님의 브런치, 최철호님의 브런치, 김강령님의 브런치 외에 6개의 게시물을 묶어서 발행한 'UX 인사이트' 보드가 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니 컬처쇼크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할 수가 있어? 너무 새로운데?!" 낮에 실장님께 뷰 탭의 큐레이션 보드 발행 기능에 관해 말씀드렸더니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사람 콘텐츠를 그렇게 가져다가 내 거라고 발행할 수가 있어? 예를 들어 뉴스를 가져다 쓰면 저작권에 걸리는 거 아니야?" 듣고 보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보드에서 타인의 기사든 블로그 게시물이든 바로 열람하지 않고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므로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료가 많이 소개되고 공유될수록 좋은 일이다.
동시에 최근에 읽은 생각노트(@think_note_)님의 책 '생각의 쓰임'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구절이 떠올랐다.
"앞으로는 글이나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저자가 아니라, 미디어를 기획하고 펴내는 사람이 저자로서 크레딧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북저널리즘 김하나 CCO님의 인터뷰 인용) - 생각노트, '생각의 쓰임'(2021), p.241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크리에이터보다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통찰이 현실로 일어났다. 카카오는 그들의 생태계 내에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공급할 크리에이터보다도, 3천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이 관심 있어할 콘텐츠를 선별해서 보여주는 큐레이터의 참여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언론사는 다수의 우수한 역량을 갖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고용해서 큐레이션 하는 집단이다. 언젠가부터 1인 크리에이터가 부상하면서 너도나도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카카오가 판을 뒤집어놓는 바람에 개인이 콘텐츠 큐레이션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뷰 탭이란 이름의 경기장 안에서는 수십 년 역사의 언론사 채널이나 친구가 대여섯 명 있는 신생 유저가 동일하게 경쟁한다.
물론 카카오 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으로 발전함에 따라 뷰 탭 내에서도 우수한 콘텐츠와 지속적인 큐레이션이 가능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라는 사람이 소설을 씁니다. 그리고 또한 지속적으로 소설을 씁니다. 그런 사람을 나는 물론 한 사람의 작가로서 당연히 마음을 활짝 열고 환영합니다. 링에, 어서 오십시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 판에 참가할 수 있다. 다만 하루키의 말처럼, 영향력 있는 채널들은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해보고 싶으면 어디 한 번 글러브 끼고 링에 올라와 봐라. 동등한 조건에서 상대해주겠다."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언론사 채널이라면. #탭 대신에 VIEW 탭을 오픈하면서 카카오가 혹시 언론사에게 '20세기 소년'의 친구처럼 '절교'를 선언하는 건 아닌가 하고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비유일 뿐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중에라도 카카오톡 하단 메뉴의 눈 모양 아이콘을 누르고 어떤 콘텐츠가 뜨는지 살펴보자.(아직 뒤로 가기를 누를 때는 아니다.) 각각의 보드를 발행하는 채널의 프로필을 눌러보자. 언론사 채널은 친구 수가 몇 명인지 살펴보자. 그다음 마이너 한 느낌의 보드를 발행하는 채널 친구 수가 채 20명이 되지 않는 곳이 생각보다 많음을 확인해보자. 놀랍지 않은가? 때로는 단 한 명이 발행하는 보드가 기업 단위로 움직이는 채널의 보드보다 상위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면 정신이 멍해진다.
카카오가 뷰 탭을 오픈한 지 이제 3일 지났다. 며칠, 몇 달이 지나면 그 미미한 채널이 수십, 수백 명의 친구를 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판에 뛰어들 마음이 생긴다면, 아래 방법을 참고해서 오늘 당장 자신의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보자.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되자. 크리에이터를 넘어 모바일 사용시간 1위 앱인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터가 되어보자.
내일 출근하면 카카오톡 뷰 탭이 몰고 올 콘텐츠 마케팅의 변화를 팀원 분들에게 알려줘야겠다. 보드 큐레이션이 실존함을 파악했으니 실장님께도 채널 관리자센터 공지사항을 한 장 인쇄해서 보여드려야지.
* 지금 당장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보자!
1. 네이버에서 카카오톡 채널 관리자센터를 검색해서 들어간다.
2. 채널 관리자로 가입한다. 약관에 동의한다. 통합 회원 정보까지 입력한다.
3. '+ 새 채널 만들기'를 클릭한다. 채널 개설하기에서 프로필 설정 정보를 입력한다. '채널 이름'이 당신의 브랜드가 된다. 모든 정보를 신중하게 고려한 다음 입력해보자.
4. 고민만 하다가 "~라고 할 때 만들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밤 12시 전에 취침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만들어보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내로 기한을 정해두고 만들어보자.
5. "Are you sure?"라는 질문에 다시 한번 숙고해보자. 후회가 없다면 '네'를 클릭한다.
6. 만들어버렸다.
7. 대시보드에 들어가서 인터페이스와 공지사항을 확인해보자. 첫 번째 공지사항에 '카카오톡 채널의 새로운 기능인 '보드'를 발행해보라'는 제목이 보인다. 역시 보드를 발행하려면 채널부터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8. 여기까지 온 당신을 칭찬한다. 채널을 만든 우리가 승리자! 채널 공개 ON, 검색 허용 ON으로 상태를 변경하자. 채널 공개는 바로 되지만, 검색 허용에는 2~3일이 걸린다. 아래 비즈니스 정보 채우기를 완료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보자. 이 글이 '카카오톡 뷰 탭'에 관한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었고 앞으로도 홍보와 마케팅에 관한 콘텐츠를 원한다면 '내성적인 마케터 정어리'의 카카오톡 채널(http://pf.kakao.com/_Tnxavs)을 추가해주시길.
▶ 시한부 홍보마케터의 업무일지 지난화 보기
https://brunch.co.kr/@sardine/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