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이 알려주는 홍보·마케팅의 NOT TO-DO
우리 이러지는 맙시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사람들이 봤을 거라 착각하지 맙시다.
대부분 사람들은 카카오 샵(#) 메뉴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의 헤드라인 정도만 읽습니다. 상위 5개 뉴스. 그 밑에 사진 2개를 무심히 훑어봅니다. 글씨는 물론이거니와 무슨 사진인지도 눈에 잘 안 들어올 거예요. 스크롤을 더 내리면 10개 정도 기사가 있군요.
가장 하단에는 분야별 랭킹 뉴스가 다섯 개씩 있군요. 여기에 올라가지 않는 기사를 봐줄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밖에는 없습니다. 사실 그마저도 홍보팀이 아니면 잘 안 읽습니다.(눈물)
네? 나중에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중요하신 분들'이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뭐라도 나와야 되지 않겠냐고요? 그렇다고 칩시다. 아무래도 보도자료를 홍보하는 대상은 임원분들과 VIP 분들이군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러지 맙시다. '대세라는 이유로 유튜브와 SNS에서 홍보'하지 맙시다.
우리 회사가 애플, 테슬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정도가 아니면 우리가 뭘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는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회사들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보시면 아실 텐데요.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들이 알고 보면 게시물 하나도 깊이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답니다.
그러니 더더욱 SNS에는 홍보하려고 하지 맙시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홍보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광고하면 조회 수는 높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댓글이 몇 개인지, 공유가 얼마나 되었는지 세어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드러납니다.
잠깐 위 장면 좀 같이 볼까요. 2019년 방영된 심슨가족 시즌 30의 17번째 에피소드 'E my sports'입니다. 아들 바트가 게임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 바람에 심슨가족이 한국에 방문하는 이야기입니다. 롯데타워가 보이는 저곳은 혹시 방이동 먹자골목? 신천동 번화가일까요?
이 장면에서 홍보팀 직원인 저의 시선을 사로잡은 간판이 있어요. 어느 간판 일지 한 번 맞춰보세요. BTS 신병 모집센터 아닙니다. 치맥, 노래방, PC방 아닙니다. 바로 '동계 아시안 게임 자화자찬 센터'였어요. '자화자찬 센터'를 원래 말로 바꾸면 무엇일지 생각해봤더니 바로 생각나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홍보관' 아닐까요.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이 강원도에서 열린 적은 있지만 저건 아마도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관을 패러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재미있고 인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의 홍보관은 좋습니다. 원래 홍보관은 기업이 자신을 최대한 알려야 하는 공간이니까요. 다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온통 '우리가 이렇게 훌륭하고 대단합니다.'라는 식이라면 정말로 홍보는 자화자찬이 돼버리고 말겠지요. 게다가 홍보관 바깥으로 나와서도 계속 자화자찬식으로 홍보활동을 하기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고 합니다. 검색 최적화(SEO), 보도자료 배포, 페이스북에 광고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모두 한물간 방법이라고 말하죠.
게시물을 올리고 강박적으로 조회 수를 신경 쓰거나 팔로워 수, 점유율을 전전긍긍하는 행동 모두 효과도 없으며 산업 시대의 전유물에 불과하다고 세스 고딘은 책에서 주장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마케팅이다'인데요. 저자는 콘텐츠 마케팅마저 진정한 마케팅이 아니라고 합니다.
판촉, 유통, 언론 홍보는 물론 인플루언서 마케팅까지 모두 호들갑에 불과하다니?! 제가 대학교에서 마케팅원론을 잘못 배운 걸까요…. 혹시?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이 책에 따르면 마케터는 물건을 팔기 위해 광고를 하거나 홍보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마케터는 변화를 일으키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여기서 말하는 '세상'이란 말 곧이 곧대로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최소 유효 청중이란 개념의 약 천 명 정도 되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지요.
마케터는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물건으로 소수의 집단이 그들이 되고 싶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도록 해결해주기 위해 마케팅을 합니다. 아, 이게 바로 마케팅이었구나. 세상에나. '우리가 그런 가치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거나 서비스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용하여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스 고딘, 2019)
위 문장을 저에 맞게 고쳐보면 이렇겠네요. 사람들을 이용하여 우리 회사 홍보팀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우리 팀의 BSC 지표와 관계없이 우리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왜 제가 소비자 대신 '국민'이란 단어를 썼느냐면요. 저희를 비롯한 대부분 공공기관이 '한국' 아니면 '국민'이 앞에 붙는 정말 재미없는 기관명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홍보를 하면 그 대상은 잘은 모르지만 '국민'이 되어버리죠. 역시 세스 고딘 아저씨는 "그게 누구를 말하는 거냐, 좀 더 구체화해라"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서 일하시는 바리스타분도 국민, 아직 한 번도 뵌 적 없는 저희 옆집 이웃도 국민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광활한데요. 세스 고딘은 말합니다. 우리의 일은 절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고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은 굉장히 오만하다고요.
무언가를 알리고 싶나요? 많은 사람이 우리 회사와 제품,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하길 바라는지요?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홍보 방법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니, 확실히 정답이 아닙니다.
언론 홍보는 여전히 효과적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입니다. 유튜브가 세계 1위 미디어가 되었고, 인스타그램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지요. 예 압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만 하기엔 홍보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말에 공감하신다면 우리 적어도 지금까지 했던 것 처럼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도 모르는 일방적인 홍보에만 의존하지 않기로 해요. 홍보일을 하면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면 마케팅적 사고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홍보팀과 일하는 다른 부서 직원이라면 우리가 필요한 게 홍보만인지, 홍보를 포함한 마케팅인지 다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실은 저도 여전히 제대로 아는 것, 할 줄 아는 것 없는 홍보팀 직원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홍보팀이든 아니든, 회사원이시라면 이 책을 한 번씩만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터는 열 번. 특히 관리직과 임원 분이시라면 두 번, 아니 세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S - 이 글 쓰려고 책을 몇 번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홍보팀 직원 입장에서 이 책을 안 읽어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난 글과는 다른 어투로 써봤습니다. 갑자기 문체가 바뀌어서 당황하셨나요..? 원래 어투로 썼다가 아무래도 맞지 않아서 전부 지우고 새로 썼습니다.(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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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표기>
- 커버 이미지(세스 고딘) : Rachel Lovinger님의 플리커 사진.
- 중간 사진 : 심슨가족 S30 E17 'E my sports' 편 캡처.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2019), p.35,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