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로 생각하는 언론홍보

보도자료 배포 업무의 의미를 고민한다면

by 정어리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지? 누가 궁금해하지?’ 언론 홍보 담당자로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할 때마다 생각했다.


높이뛰기 경기에 비유하면 언론 담당자는 장대(Bar)를 세 번 넘어야 한다. 1차 시도는 홍보 팀(실)장님. 2차 시도는 기자. 3차 시도는 대중이다.


첫 번째 장대는 뛰어넘기가 어렵지 않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회사 구성원의 관점에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ㅇㅇ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도의 이슈도 마땅히 알려야 하는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부서에서 받은 초안을 언론사의 문법에 맞게 고쳐서 제목과 부제에 핵심 내용을 담아 보고한다.


다만 홍보팀 직원이 되고 나니 어느 정도 중요한 소재와 중요도가 낮은 소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타 부서에서 아무리 사소한 내용을 이것저것 홍보해 달라고 할 때는 적당히 둘러대며 어렵다는 핑계를 대야 한다. 직설적으로 '이런 건 홍보 거리가 못 됩니다.'라고 말했다가는 “그러라고 홍보팀이 있는 게 아니냐."며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그러다 못 이기는 척 보고하고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는 일도 많았다.


두 번째 장대부터는 높이가 올라간다. 회사 바깥의 관점에서 냉정해져야 한다. 과연 언론사 기자들도 이 보도자료를 관심 있게 생각할까? 전에 참석했던 모 언론사 차장님의 언론홍보 강의에서 듣길 기자들은 보통 하루에 수십 통의 보도자료 이메일을 받는다고 했다. 전부 다 우리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으니 많관부(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해달라는 내용들이다.


‘누가 누구와 만나서 회의를 했다.’는 뉴스는 남북 정상회담 정도가 아니면 아예 보내지 말라던 차장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통일부 홍보실 직원이 아니다. 때로 사소한 수준의 보도자료를 보내야 할 때는 기자에게 ‘실은 이렇게나 깊은, 좋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포장을 잘해야 한다.


세 번째 장대는 아무나 넘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는 대중의 관심과 주의를 끌어야 하는 영역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한다거나 현대자동차가 완전 자율주행 수소차를 출시하는 수준의 새로움이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회사의 사정은 뉴스고 뭐고 떠나 보기 싫은 광고에 불과하다. 아쉽게도 나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회사의 직원도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공공기관 회사원일 뿐이다.


기사화에는 성공했지만 끝내 다른 수많은 온라인 기사들에 묻히는 이 단계에서 좌절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온라인 기사화 = 보도자료 업무의 끝이자 성공?'.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졌잘싸' 정신승리로 어찌 되었든 온라인 기사로 올라오면 잘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는다. 보도자료에도 커뮤니티 게시물처럼 조회수가 표시된다면 얼마나 처참할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이나 네이버 포털사이트 1면에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카카오톡 # 페이지에 제목이 올라가는 일도 없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는 반문에는 '누가 궁금해하지도, 봐야 할 이유도 없다면 애초에 왜 홍보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재차 카운터를 날린다.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가 2미터 35cm라는 한국 신기록 달성과 최초의 메달 획들을 목표로 삼은 것처럼, 보도자료 배포의 최종 목표를 어디까지로 정하는지가 중요하다. 홍보 부서의 승인을 얻는 것이 목표라면 첫 번째 장대만 넘으면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다. 다만 기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온라인 기사화가 목표라면 그럴 수 있다. 언론사와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한두 명의 기자는 보도자료를 실어줄 것이다. 단지 대중들은 기사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이다. 검색해서 찾아봐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장대는 그럼 어떻게 넘어야 할까? 대중의 관심을 얻는 해답은 마케팅적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홍보의 개념이 PR(Public Relation)이든 Promotion이든 대개의 경우 사업부서는 홍보를 '마지막 퍼즐' 정도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부서 본연의 일을 열심히 하면 그다음부터는 홍보팀의 몫이라고 여긴다. 홍보팀이 열정을 갖고 발로 뛸수록 사업부서의 아이템은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이미 특정 소재를 홍보하기로 정해진 상태에서 홍보팀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불특정 다수에게 어떻게든 알리는 일밖에는 없다. 만약 마케팅적 관점에서 홍보를 고려했다면 '누구에게 왜 이것을 알려야 하는가'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즉, 처음부터 목적을 명확하게 정했을 것이다. 나아가 누구에게 이것을 알려서 뭘 할 것인지까지.


아무래도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행정이나 정책을 홍보할 일이 많다. 알리는 데에는 익숙해도 국민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이랬던 생각이 여름휴가 동안 세 권의 마케팅 책을 읽은 후로 바뀌었다. 다음 글에서는 홍보팀 직원이 마케팅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오늘로 홍보팀에서 남은 근무일은 D-152일. 연말 인사발령 때 직무 순환으로 발령이 난다는 가정하에 계산한 일수다.



▶ 시한부 홍보마케터의 업무일지 지난화 보기

https://brunch.co.kr/@sardine/44


· 사진 설명 및 출처

- 제목 : Athletes during 22nd Asian Athletics Championships in Bhubaneswar

- Author : Athletics Federation of India

- 출처 :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4.0 International license.

※ 구글 이미지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4.0 라이선스로 유일하게 등록된 우상혁 선수의 2017년 제22회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 출전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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