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치기 같은 서점 영업

책도 쓰고 영업도 뛰는 저자, 저 뿐인가요?

by 정어리

딱지 치기 같은 서점 영업 이야기

책도 쓰고 영업도 다니는 저자, 저뿐인가요?

폐점 15분 전. 하루 동안 분당점, 광교점, 부천점, 인천점, 송도점을 거쳐 일산 지점까지 오고야 말았다. 서점 앞 체온계에 몸을 굽혀서 온도를 잰다. 정상 판정을 받고 잠시 머뭇거린다.


‘하자! 이건 힘들고 안 힘들고 문제가 아니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야.’


서점 검색대에 책 제목을 입력하고 눈으로 확인한다. 입서가에 2권. 두 권 이상인데 평대가 아니라니 의외다. 폐점을 앞두고 분주하게 책을 정리하는 직원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라는 책을 쓴 저자인데요.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미리 준비한 설명자료 파일을 내밀었다.


“아~ 하하~네~”


직원 분이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퇴근 직전인데 왜 이렇게 밝게 맞아주시지?’ ‘자기 계발 NEW’ 평대 앞에 서서 편히 누운 책들을 열등감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뵈었던 담당자분이 책 네다섯 권을 들고 와서 평대에 ‘딱’ 깔아주며 말했다.


“책을 뺐었는데, 다시 놔드릴게요. 잘 안 나가더라고요.”


저절로 ‘아이고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왔다. 어쩐지 아까 검색했을 때 재고가 6권은 되었던 것 같은데 두 권 밖에 없더라. 추측하자면 아침에는 평대에 6권 있었다가, 오후 즈음에 4권은 창고로 옮겨지고 2권은 입서가에 꽂혔던 모양이다. 하필 그날 마감 무렵에 저자가 찾아와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는 상황. 점원 분의 웃음 뒤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


창피하면서도 뿌듯하다. 서점 문을 닫기 전에 비틀거리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이걸로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단 하루만 평대에 책을 깔아도 돈을 번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점 영업을 다닐수록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공유와 이정재처럼 딱지치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좁은 평대 위에서 자리싸움을 하며 서로의 책을 뒤집는다. 도리어 뒤집히기도 한다. 뒤집히지 않으려면 뒤집어야 한다. 인기가 떨어지면 이정재처럼 아무리 딱지를 내리쳐도 도무지 넘어가질 않는다.


“서점을 왜 돌아? 책 홍보는 출판사에 맡겨.”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처럼 ‘너는 글, 나는 떡’ 이렇게 역할 분담을 딱딱해서 쭉 가면 얼마나 좋을까. 2년이 걸려 세상에 나온 책이 출간 후 한 달이 지나면 관심이 뚝 끊긴다. 마케팅 예산이 바닥난 출판사의 관심이 줄어든다. 관심과 함께 반짝였던 판매량이 줄어든다. 팔리지 않으니 매대에서 책이 점점 밀려난다. 평대 위에 있어야 할 책이 보이지 않으니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어느새 또 나 혼자 진심인 상황에 가끔은 화딱지가 난다. 동시에 없던 힘도 난다. 잠깐이라도 매대 위에 머물 수 있도록. 사람들 눈에 한 번이라도 들 수 있도록. 단 한 번의 뒤집기에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영업을 다니는 요즘이다.




안녕하세요! 브런치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갑작스럽지만, 어쩌다 보니 출간했습니다.

책 홍보만으로 심신이 피폐해지다가 이대로 가다간 책과 함께 책 홍보 이야기마저 묻힐까 봐 접속했습니다.

위 글에서 '소개한 책은 사실 이 책입니다.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정어리 지음, 동양북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편으론 반가운 사람. 사람을 만나기 전부터 집에 가고 싶은 사람.

'법정 혼자 시간'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향인이라면 100% 공감할 자기 탐구서입니다.

* YES24 인간관계 부문 TOP 100 8주, 교보문고 MD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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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외향 구분 없이 읽어보면 좋을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정어리,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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