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 ②
신입사원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ㅇㅇ씨, 말 좀 해.”이다.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말하는 내향적 특성 때문에 말하려다가도 말 문이 막힌다. 대화할 일이 없는 혼자가 편한다. 일 할 때도 혼자, 쉴 때도 홀로 재충전하지만 평생 이런 식이라면 조금은 쓸쓸하다.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웃으며 대화하는 외향인 선배가 부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 제2외국어도 아닌데 한국어 스피킹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말수가 적은 내향인의 심리와 극복방법을 알아보자.
내향인은 피하고 숨고 싶은 ‘은둔형’ 성향 탓에 대화가 어렵다. 속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음에도 현실의 인간관계가 두려워 피하게 된다. 사람과 분쟁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타인으로부터 비판받는 상황이 무섭다. 자연스럽게 경쟁 또한 즐기지 않는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사생활을 극도로 중요시한다. 별것이 다 비밀이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숨긴다. 말수를 줄이고 자신을 숨길수록 곤란한 상황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숨기는 성향은 부모님의 엄한 양육 방식 등 과거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부모님에 의해 자기 생각을 부정당하는 경험 등이다. 어린 시기에는 부모님이 곧 세상의 중심이다.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리라 기대한 부모로부터 부정당한 경험이 축적되면 아이는 표현하는 방법을 점차 잃어버린다. 생각을 표현하기에 앞서 ‘또 틀렸다는 말을 들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내향인은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어린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현재의 내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회사에 입사해서 사사건건 자신을 무시하는 선배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세상 전부라 할 수 있는 부모님께 부정당했던 유년 시절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뭐가 뭔지 모르는 신입사원은 선배에게 혼나고 부정당한다.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이런 수법에 당하면 내향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난 이럴 줄 알았어.’ ‘인생은 역시 괴롭다.’ 이런 식으로 비극적인 인생 스토리를 써 내려간다. 이제 자신은 성인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현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괴로움은 계속된다.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으면 편하다. 안전지대에는 오랜 우정을 유지해온 친구들도 있다. 단점은 그곳에 머무는 한은 현상 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한 마디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기적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향인도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고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대화를 잘할 수 있다.
관심을 가져라. 대화할 때 ‘영혼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름대로 공감도 하고 맞장구도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난감하다. 영혼 없다는 말을 듣는 근본 원인은 진심의 여부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내면의 배터리가 고갈된 상태일지 모른다. 피곤한 나머지 눈앞의 상대에게 진심으로 인간적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어서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타고난 내향성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좀비와 대화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실례다. 관심이 없다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하라. 다음에 해야 하는 말 따위를 속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표정에서 티가 난다. 대답을 잘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게 더 중요하다. 내향인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보다는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기 바쁘다. 이는 내향인이라는 이름답게 에너지가 내부로 흐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주의를 안에서 밖으로 돌려야 한다. 결국, 다시 앞에서 말한 관심의 문제와 연결된다. 타인과의 교감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자.
상대의 눈을 봐라. 내향인은 수줍은 성격 탓에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시선을 피하려 한다.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은 눈을 보며 대화할 때 서로에게 더 높은 호감도를 느낀다. 심리학자 조앤 캘러먼이 72쌍의 낯선 남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밝혀낸 사실이다. 2분 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했을 때 더 큰 사랑과 애정을 느꼈다.(Kellerman, J., Lewis, J., & Laird, J. D, 1989)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대화 시간의 60% 정도만 눈을 맞추자. 2초 정도는 미간과 목 등으로 시선을 적절히 배분하자.(장한이, 2018)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때 상대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미소를 지어라. 웃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괴롭다. ‘혹시 나와 대화하는 게 불쾌한가?’ 의심도 든다. 역지사지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평소 자신이 대화할 때 표정이 어떤지 떠올려보거나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좋다. 대화하면서 입꼬리만 올릴 수 있어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왕이면 ‘진심 미소’를 지으면 더욱 좋다. 평소에 잘 웃지 않는 사람은 얼굴 근육이 굳어 있을 것이다. 내향인의 억지 미소는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억지로 웃으려거든 차라리 수줍어서 짓는 미소가 자연스럽다. 그렇다 한들 미소를 지어서 나쁘거나 손해 볼 일은 없다.
대화법을 배우기 전에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먼저 만들자. 자아 이미지란 스스로가 믿는 자신의 모습이다. 외과 의사이자 잠재의식 전문가인 맥스웰 몰츠는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관한 생각과 믿음을 형상화하고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행동한다.”(맥스웰 몰츠, 매트 퓨리, 2019) ‘상대방은 내가 말을 걸면 불쾌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친해지고 싶지 않은 불쾌한 사람’이 그가 정한 부정적 자아 이미지다. 다음과 같은 긍정적 자아 이미지를 만들자. ‘나는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다.’, ‘나의 매력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내향인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사소한 말에도 진심이 담겼으면 한다. 따라서 그들은 잡담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그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 싫다. 친밀한 대화를 나누기도 시간이 아깝다. “잘 계시죠?”, “잘 지내셨어요?” 같은 말에 대답할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과거에 사귄 친구 외에는 진심을 나눌 사람을 찾기 어렵다. 당신의 친구도 처음에는 말 걸기 두려운 낯선 사람이었다.
쉬운 목표를 정하자. 용기 내서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면 지금 당장 달성할 수 있는 목표부터 정해 보자. 분위기를 주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인기인이 되고 싶은가? 현재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자. 우선은 일주일에 한 명이라도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겠다는 목표가 현실적이다. 내성적이라 이마저도 어렵다면 일상 속에서 간단한 인사라도 건네 보자. 인사를 건넬 대상은 생활 속에서 찾아라. 익숙한 곳에서부터 시작해보는거다. 경비 어르신이나 택배기사님에게 “고생 많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다. 서먹한 회사 동료나 선배에게 업무 이야기로 시작해서 개인적인 질문도 해보자. 다음은 누구에게 말을 걸어볼까?
상대방이 언제든지 나를 거절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자. 거절은 두렵다. 그렇지만 누구나 원하지 않는 대화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9번을 거절당해도 1번 성공하면 된다. 이왕이면 대화를 받아줄 법한 사람에게 용기를 내보자. 상대방도 일이 바쁘거나 이야기할 기분이 아닐 수 있다. 만약 나와 이야기하기 싫다면? 거절을 일상이라고 여기고 다음을 기약하거나 다른 사람을 찾는 수밖에 없다. 대화할 여건이 아닌 것뿐이지 내가 부정당한 게 아니다. 많은 시도 속에 성공률이 높아진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상대와 친해지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오늘도 아무 일이 없다.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퇴근한다. 사람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회사 외에는 인맥도 제로다. 이런 생활이 전부인 인생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되고 싶은 자신’이 되기 위해 힘을 내자.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긍정적 자아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은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자.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잡담을 시도해보자. 다음 질문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Kellerman, J., Lewis, J., & Laird, J. D. (1989). Looking and loving: The effects of mutual gaze on feelings of romantic love.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23(2), 145–161. https://doi.org/10.1016/0092-6566(89)90020-2
장한이. (2018). 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pp.94). 이다북스.
맥스웰 몰츠, 매트 퓨리. (2019).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pp.35-41).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