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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어리 Jan 20. 2022

금연 두 번 성공한 사람의 조언

가장 게으르면서도 편하게 금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조언을 읽기 전에 생각해봅시다. 지금까지 금연에 실패했던 이유를 말이죠. 신년이라든지 어떠한 계기로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의 공통점. 목적이 막연하거나 거창하다는 겁니다. '금연해서 오래 살고 싶다.'는 소원은 금물입니다. 건강한 노년생활에 골인하기 전까지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보니 좀처럼 와닿지 않습니다. 주변에 중년 애연가들을 봐도 담배 좀 피운다고 해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구체화하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담배 세 갑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제게는 가장 큰 동기 요인입니다.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이라는 공익 광고 카피가 있지요. 저에겐 책 쇼핑중독이라는 극심한 지병이 있습니다. 질병은 더 큰 질환으로 잊는다는 전략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책을 소유하고 싶어서 살뿐입니다. 책값 일이만 원이 아쉬운데 담배도 꼭 피워야겠다? 흡연욕은 포기해도 소유욕은 버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동기 요인은 무엇인가요?


강력하고 확실한 성취동기를 찾았다면 다음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흡연자이고 올해 구정 연휴를 앞둔 지금 이 글을 읽는다면 행운입니다. 제가 두 번 금연할 수 있었던 이 방법으로 당신도 담배를 끊을 수 있으니까요. 금연 두 번이 금연이냐고 지적하신다면 죄송합니다. 휴연 한 번, 잠정적 금연 한 번이라고 정정합니다. 성공률은 보장합니다. 먼저 달력을 볼까요? 2022년 달력을 기준으로 1월 29일 토요일부터 2월 2일 수요일까지 무려 5일. 출근하지 않고 온전히 쉬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집 밖에 나가지 마세요. 자택 내 흡연은 당연히 안 됩니다. 


금연하기 최적의 일정인 2022년 1월과 2월에 걸친 구정 연휴


연휴 전날인 1월 28일 금요일 밤까지는 원 없이 끽연하며 마지막 니코틴을 즐기세요. 돛대를 피우고 나면 미련 없이 집에 들어갑니다. 담배에 더 이상 불을 붙이지 못한다고 해서 돌아갈 다리를 태우지는 마세요. 섣불리 담배를 폐기했다가는 반발심이 생겨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집에 머무는 것입니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바빠서 못했던 드라마 정주행, 바로 오늘이 대업을 이룰 그날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왓챠… 또 뭐가 필요한가요? 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연휴 기간만큼은 즐기는 데에 집중하면 됩니다. 군것질 거리와 식량도 넉넉히 준비해둡니다.


과자로 심심한 입을 달래면서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면 곧 밥 먹을 시간이 되겠네요. 요리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드세요. 짜장면? 시키세요. 집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됩니다. 흡연을 중단한 상태로 장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불쾌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를 악 물고 참으라는 조언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금니를 깨물기도 전에 잠이 스르르 올 테니까요.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으면 됩니다. 단 하루만 최대한 게을러지세요.


드라마에 취미가 없다면 게임에 몰두해도 됩니다. 영화를 봐도 되고요. 커뮤니티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도 됩니다. 뭐라도 좋으니 하세요. 음주만 빼고요. 니코틴을 끊는 동안에는 알코올도 당연히 금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은 화학물질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다 깼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틀 정도는 우습게 견딜 수 있습니다. 어느새 당신은 담배를 피우려고 손발이 시리고 귀가 아플 정도로 추운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제는 비흡연이 주는 편안함에 젖어들 차례입니다. 한 번 맛본 편안함에서 헤어 나오기란 니코틴 단식에 비견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금연 후에 몸 안에 니코틴이 잔류하는 시간은 48시간입니다. 여기에 심리적 금단현상까지 이겨내려면 4일 정도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합니다.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이나 달리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집에 계세요. 니코틴 패치 안 붙여도 됩니다. 지인들에게 금연 선언을 하거나 SNS에 호언장담할 필요도 없습니다. 긴 연휴 동안 혼자 조용히 시작하세요. 그저 집에서 먹고, 자고, 드라마만 보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세요. 이 방법으로 저는 두 번이나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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