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취향>> 중에서
나의 여행 준비는 보통 카메라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행할 때마다 카메라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중요하고 많이 기대되는 여행을 앞두고는 카메라를 바꾸곤 한다. 카메라는 나의 여행 필수 아이템 중에서 맨 처음을 차지한다. 기계 욕심이 없는 나이지만 카메라에는 욕심이 많고 그 욕심과 싸우는 것은 매번 너무 힘들다.
파리여행, 유럽여행, 일본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했던 일도 인터넷에서 카메라 종류와 사양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배경이 잘 나오는 카메라, 부드러운 파스텔톤 사진이 인상적인 카메라, 피사체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카메라 등 지나간 여행의 시간에 따라 카메라의 특징과 모습도 다르다.
욕심이 많은데 크고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는 건 주저된다. 그런데 슬슬 DSLR에 눈이 가기 시작했으니 큰일이다. 사진 찍는 건 즐기지만, 기계치라 여러 기능을 수월하게 조작할 줄 모르면서도 욕심만 커가고 있으니. 지금 있는 카메라들 기능을 익히기도 전에 벌써 다른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는 건 사진 욕심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 여행 욕심이 끝이 없으니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관심에도 끝이 없다.
여행 필수품은 아니지만 내가 여행에 꼭 챙겨 가는 것들로는 블랙커피와 헤어드라이기가 있다. 호텔, 펜션, 민박, 호스텔, 집 렌트,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소에서 묵어봤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박 형태는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다. 아무래도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재미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서다. 호텔의 경우에도 룸 쉐어(room share)를 좋아한다. 다른 숙박 형태에 비해 친구를 사귀기도 좋고, 상대적으로 좋은 룸 컨디션을 저렴한 숙박비용으로 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여럿이 사용하는 방에서 헤어드라이어가 내 차지가 되기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여행지로 개발이 덜 된 곳 호텔에는 헤어드라이어가 없기도 했다. 긴 머리 스타일을 가진 나는 머리를 말리지 않고서는 감당이 안 되니, 여행 필수아이템도 아니고 여행가방의 공간도 꽤 차지하는 헤어드라이어를 꼭 챙긴다. 이 정도 소박한 사치쯤은 좀 부려도 된다!
인스턴트 블랙커피도 꼭 챙긴다. 지독한 커피쟁이인 나는 하루에도 커피를 6~7잔 마시곤 한다. 여행지에도 커피전문점이 많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나는 인스턴트 블랙커피를 늘 갖고 다닌다. 카페에서 마시는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런 맛이야 곧 나가서 맛볼 거고,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한 잔 쭉 마시고 봐야 하니까.
여행에 필수는 아니지만 빠질 수 없는 아이템, 헤어드라이어와 블랙커피. 나의 여행을 조금은 편하게, 기분 좋게 해주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