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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i 고나희 Oct 23. 2017

달콤하게 기억된 이

<<여행의 취향>> 중에서

사람이 사후에 기억되는 방식을 보면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어떤 인물보다 달콤하게 기억된 이가 있다. 잘츠부르크는 초콜릿을 통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대중에게 기억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 모차르트광장(Mozart Platz), 상점들 등 잘츠부르크 곳곳에서 대중이 그에게 갖는 달콤한 감정을 쉬이 읽어낼 수 있다. 모차르트가 아니었다면, 잘차흐(Salzach) 강가의 소박하고 작은 도시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을까 싶을 정도로,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구시가가 시작되는 길목에 샛노란 건물색이 인상적인 모차르트 생가가 자리하고 있고, 생가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그의 이름을 딴 광장 이 있다. 광장에는 그의 모습을 꼭 닮은 동상이 서 있다. 위대한 음악가의 동상은 아담한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상은 후세 사람들이 특정 인물을 기억하고 싶은 방식을 반영해 만드는 것이니, 모차르트의 실물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이다.

광장에서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잘츠부르크 대성당(Salzburger Dom)이 서 있다. 빈티지 민트 빛깔의 둥근 돔이 인상적인 성당에서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가옥과 광장, 동상, 성당에 이르기까지 작은 도시 곳곳이 모차르트의 흔적과 기억을 품고 있다. 그의 자취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잘츠부르크 상점 중에 그와 관련된 기념품을 팔지 않는 곳을 찾는 게 쉬울 듯하다. 어느 상점 어떤 진열장을 보아도 어떤 형태로든 그가 있다. 모차르트 인형, 모차르트 기념엽서, 모차르트 열쇠고리, 작은 악기 모형 등 그를 상기시키는 다양한 것들이 상점 진열장마다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기념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초콜릿이다. 모차르트 초콜릿은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초콜릿 종류도 많고, 초콜릿을 담은 케이스 모양도 다양한데, 가지각색의 초콜릿 케이스는 그 자체로 훌륭한 기념품이다. 케이스에 모차르트 얼굴을 그려놓은 것, 비올라나 바이올린 모양을 한 것, 필통모양이나 하트 모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케이스가 모차르트 초콜릿을 담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육각형 모양 케이스에 담긴 미라벨(mirabelle) 초콜릿으로, 동그란 초콜릿 볼 안에 산뜻한 민트가 들어 있어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풍미를 준다.

생전의 모차르트가 단 것을 좋아했는지, 그의 입맛이나 기호와 상관없이 그가 달콤하게 기억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역사적인 무엇을 기념하는 것은 현세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주조하고, 그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분명 달콤한 감정과 낭만적 정서가 깃든 때문이 아닐까. 모차르트가 달콤하고 낭만적인 사랑의 대상이라는 걸 의미하지 않을까. 초콜릿은 그 달콤한 맛 때문에 달콤한 감정인 사랑을 상징하며, 사랑을 전하는 징표로 사용되곤 한다.


이처럼 가장 귀한 감정을 모차르트에게 이완한 걸 보면, 잘츠부르크를 비롯해 그를 대하는 사람들과 이 소도시가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은 퍽이나 달달한가 보다. 모차르트 광장, 그의 동상 아래에는 그에게 바치는 꽃이 여전히 가득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22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과 기념물 덕분에 그의 자취는 달콤하게 그리고 생생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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