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취향>> 중에서
축제는 삶을 담고 있다. 삶의 일상성과 특수성을 모두 담고 있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길가에 즐비한 노점상,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는 언뜻 축제를 특별한 것이라고 여기게 할 수 있지만, 축제는 인간의 본능적인 사고와 생활방식, 욕망이 분출되는 장이다.
교토의 여정은 축제를 즐기며 시작됐다. 교토대학 근처, 대학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요시다 신사에서 열리는 세츠분 마츠리를 구경하러 갔다. 세츠분 마츠리는 액신을 쫓는 일본 전통축제로 요시다 신사에서는 2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다. 2월 3일, 운 좋게 축제 기간에 교토에 갔다. 신사가 자리한 곳은 대학 근처이기도 해서 원래는 조용한 곳이라고 하는데, 축제의 날인만큼 동네 입구에서부터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입구에서 신사까지 긴 길이 이어지는데, 길 양쪽으로는 미각과 시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맛난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먹을 게 너무 많아 뭘 먹어야 할지 고르며 심각한 선택장애를 경험했다. 동료들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 한 장 달랑 담고서, 공격적인 모드로 먹거리로 향했다. 딸기 모찌가 맨 먼저 발길을 잡았다. 전병 위에 각종 채소와 가쓰오부시, 달걀 등을 차례차례 올려서 큼직하게 철판에 구워낸 코리야끼, 동그란 타꼬야끼와 오동통한 면발의 야키소바 등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신나게 맛봤다.
노점상을 돌며 든든하게 요기하고 나서, 그제야 요시다 신사에 가보기로 했다. 신사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계단 양쪽의 가로등이 운치 있고 호젓한 느낌을 자아냈다. 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본 것은 크고 높은 원통이었다. 커다란 원통 바깥에는 종이 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냈고, 사람들이 원통 안에 뭔가를 꾸역꾸역 넣고 있었다. 아마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고, 나중에 원통을 통째로 태우며 많은 소원을 신에게 빌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음력설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신사 곳곳에는 새해 소원을 비는 부적을 판매하는 곳이나 한 해 운세를 봐주며 복을 빌어주는 곳이 많았다. 우리 일행도 하얗고 붉은 깃발이 많이 꽂힌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람들이 기도를 마치면 어떤 사람이 차를 한 잔씩 나누어 주었다. 기도를 마친 많은 사람이 붉은 탁자로 만든 임시 다실, 간이 의자에 앉아 추운 밤기운을 따뜻한 차로 녹여내고 있었다. 나도 차를 한잔 얻어 사람들 사이에 앉아 호호 뜨거운 차를 불어가며 마시고 주변을 둘러봤다.
옆자리를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내 또래의 청년들 등 그야말로 인간 군상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간이 의자 임시 다실에 앉아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모인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소원, 소망, 욕망이 모여 있을 게 분명했다. 축제라는 이름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액운을 쫓는 매우 개인적인 욕망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축제의 현장이라는 동일한 공간에 있지만, 이들이 빌고 소망하는 소원의 종류도 깊이도 폭도 다를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향을 피우고 종을 치며 부적을 뽑는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
축제란 한데 모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매우 개별적으로 분출되는 장이자, 특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모인 이들이 공유하는 문화, 관습, 생활방식, 사고가 실현되는 장이다. 축제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와 관습은 오랜 기간 공유되어 온 사고, 의식의 흐름, 생활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도 모인 사람 중 하나가 되어 그들처럼 개별적인 욕망을, 그들과 같은 행위로 빌었다. 이것 또한 나의 ‘특별한 일상’의 일부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