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을 기점으로 2019년의 겨울이 온 것 같다. 그전까지 쌀쌀해도 가을이란 느낌이었는데 이젠 정말 겨울 같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난 토요일엔 다시 봄이 와서 이상 기온 만끽했었는데, 그래도 여하튼 가을은 끝난 느낌이다. 11월도 반이 갔으니, 가을이 지나기엔 적당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가을과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어려서부터 아마도 초등학생 때부터 기억하기로 가을, 겨울을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깡마른 나무, 찬 기운 그득한 센 바람, 무채색의 옷들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왜인지 모르게 우울해지고 외로워지곤 했다.
여름이 끝을 보일쯤이면 초조했고, 무더위와 뙤약볕이 스러질 때면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도 어린아이 때와 같은 걸 보면 일 년의 하반기를 싫어하는 건 선천적 기질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내 몸 어딘가 '가을, 겨울 싫어.'라는 센서가 있어 그 시기만 되면 작동하는 것처럼 나는 해마다 그렇게 느꼈다.
용마랜드에 갔던 하루도 아직 여름빛을 조금은 담고 있던 가을을 붙잡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용마랜드는 용마산에 있고, 용마산역은 내가 사는 지역을 지나는 7호선에 자리한 곳이다. 가려면 진즉에 갈 수 있던 곳을 아끼고 아껴뒀다 가을 자락을 잡고자 찾았다.
용마랜드의 놀이기구는 멈춰있다. 더는 작동하지 않는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공원에서라면 편히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 재빨리 타고 내려야 하는 놀이기구 틈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으니까. 겁이 많아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동화 같은 풍경 속에 사진 찍는 걸 즐기는 내게 용마랜드는 잘 맞는 공간이었다.
서버린 회전목마 틈으로 나의 모습도, 희미하게 여름을 머금은 가을빛도 담았다. 멈춘 말들처럼 잠시 가는 시간을 꼬옥 잡고선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까진 여름 담긴 가을이야. 부러 홀로 내뱉고는 어느새 노을과 함께 서늘한 저녁 바람이 찾아왔어도 트렌치코트는 입지 않고 팔에 걸쳤다. 밤이 오면 입어야지 그리고 가을을 시작해야지. 이제 이 계절을 맞이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