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주택_ 책 속의 여름

1부. 여름. -2

by sari 고나희

어김없이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여름은 아직 덜 깬 정신으로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둔 휴대폰 알람을 끄고 힘겹게 이불을 걷어 젖혔다. 그녀는 월요일 아침마다 오전 반차를 쓸까? 생각하곤 했지만, 생각으로만 그치고 어김없이 출근했다. 내가 할 일을 내가 안 하면 그 일을 누군가 대신 떠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건 결국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고야 만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여름은 K-직장인이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하고야 마는 여름은 6년 차 북디자이너였다.

여름은 아침마다 잠에서 깨고 일어나서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만원 버스에서 인파에 시달리다 출근하는 것은 너무도 힘들지만, 일하는 게 싫지 않았다. 실은 좋았다. 자기 일을 즐기는 그녀가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출근 직후였다. 여름의 집은 회사에서 좀 멀었기에 출근길 러쉬를 피하려고 조금 일찍 출근했고, 덕분에 보통 빈 사무실에 들어서곤 했다. 일할 때는 꽉 차 있던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모양새에 뭔가 이상스레 기분 좋은 익숙함과 낯선 이질감을 동시에 경험했다. 혼자인 사무실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비치된 간식이나 자기 ‘서랍 속 편의점’에 쟁여둔 ‘달달구리’를 맛보며 느긋하게 의자에 파묻혀 멍때리면서 근무 전 루틴을 차례차례 경험하는 건 여름이 회사에서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침 루틴을 30분 남짓 즐기고 컴퓨터 전원을 천천히 켤 때면 동료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적당히 사무적이면서도 적절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인사를 주고받을 때, 여름이 회사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시간이 흘렀다. 내 일을 꾸릴 수 있는 일터와 그곳에서 서로 다른 개인적 목표와 같은 곳을 향하는 업무적 목표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회사 안에서 때때로 힘든 시간을 경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 밖에서 겪은 어려움을 회사에서 털어내기도 했다. 회사 밖에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어도, 회사에 들어서면 괜찮아졌다. 스위치를 끌 수 있었다. 밖의 고단함을 꺼버릴 수 있는 스위치가 이곳에 분명히 있었다. 아마도 여름이 일을 좋아해서였을 것이다. 여름은 일이 좋았다. 달콤한 주말이 끝나가도, 길고 긴 연휴의 끝에도 오랜만의 출근이 마냥 귀찮거나 싫지만은 않았으니. 출근을 생각하며 맘을 놓던 좋은 밤들. 지금 그녀를 지탱시키는 건 일이다.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근거한 당위성이 만든 직업의식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직업에 대한 애정이 다른 신경 쓸 ‘거리’들을 손쉽게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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