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붉은 장미'는 이현우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설계를 시작했다. '정원사'인 내가 아날로그 시대의 예술가였다면, 그는 디지털 시대의 건축가였다. 나는 그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에게서는 더 이상 단순한 증오의 냄새가 아닌, 완벽한 작품을 향한 창조자의 섬세하고도 집요한 냄새가 났다. 그는 이현우의 IP를 우회하고, 범죄 기록을 조작했으며, 다크웹으로 범행 도구를 구매했다. 그의 손끝에서 무수히 많은 디지털 증거들이 엮여, 마치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이현우의 목을 서서히 조여왔다. 완벽한 디지털 함정이었다.
모든 설계가 끝난 뒤, 그는 다음 작품을 공개하고 이현우가 체포되도록 유도했다. 그의 첫 번째 연극은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다. 나는 무대 뒤에서,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빚어낸 이 치밀한 작품에 희미한 경외감을 느꼈다.
그리고 며칠 뒤, '붉은 장미'가 흥분으로 가득 찬 편지를 남겼다. 그의 격정적인 필체에서 뜨거운 환희의 냄새가 났다.
스승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현우의 변호인으로, 박수진이 선임되었습니다. 당신의 '망상 기록'을 읽은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나는 편지를 읽고 전율했다. 나의 과거가, 내가 묻어두려 했던 그림자가, 내 제자의 무대 위로 소환된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는 보았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거대한 운명의 실타래를. 나의 작품은 박수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비평가를 통해, 또 다른 차원에서 심판받게 될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