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기억
(서술자: 박수진 변호사)
6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냄새는 여전히 내 코끝에 남아있다. 소독약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법정의 공기, 그리고 권도윤 선배님의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위스키와 절망의 냄새. 그 모든 냄새는 나에게 권도윤 선배님의 파멸을 알리는 묘비였다. 나는 '정원사'의 논리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바로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다. 선배님의 마지막 눈빛을 외면했던 그날 이후, 내 시간은 6년 전 법정 복도에 멈춰있다.
나는 로펌을 나와 작은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다시는 그런 종류의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붉은 장미'가 나타났을 때, 나는 운명처럼 이끌렸다. 치자꽃과 붉은 장미. 너무나 다른 방식이었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오만하고 뒤틀린 예술가적 자의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냄새는 명백히 '정원사'의 것이었다.
이현우. 나는 그의 무죄를 확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한다. 그는 '정원사'가 권도윤 선배님을 이용했던 것처럼, '붉은 장미'가 자신의 무대를 위해 선택한 제물일 뿐이다. 나는 이현우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6년 전, 내가 구하지 못했던 권도윤 선배님을 위해, 그리고 이 지독한 악연을 내 손으로 끝내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