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16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16장: 그림자의 대답


(서술자: 최진혁 검사)


나는 국과수 부검실의 차가운 금속 테이블 위에 놓인 증거물을 내려다보았다. 핏빛처럼 선명한 붉은 장미, 그리고 그 위에 먼지처럼 내려앉은, 바싹 마른 상아색 꽃잎 조각. 붉은 장미의 짙은 향기와 치자꽃의 희미한 잔향이 뒤섞여, 6년 전 나를 괴롭혔던 악몽의 냄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성분 분석 결과, 치자꽃잎이었습니다."


감식팀장의 무감각한 보고가 부검실의 서늘한 공기를 갈랐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정원사' 김민석. 내가 결코 잡지 못했던, 법의 심판대에서 유유히 빠져나간 그의 시그니처였다. 그가 돌아왔다는 공포와 함께, 내가 그토록 증오했던 모든 것이 되살아났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6년 전, '정원사'를 집요하게 추적했던 프로파일러 김지훈이었다. 그는 이제 경찰을 나와 범죄 심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 검사님, 뉴스 봤습니다. 이건 단순한 모방범이 아닐 겁니다. 모방범은 원작을 존중하거나, 혹은 질투합니다. 하지만 이 '붉은 장미'는 마치 한 예술가가 스승의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색을 찾아낸 듯한 느낌입니다. 이건… 진화에 가깝습니다."


그의 날카로운 분석은 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나는 즉시 박수진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냉정한 확신은 내가 느낀 혼란을 압도했다.


"이건 초대장이에요, 검사님. 단순한 모방범이 아니에요. 그 놈은 지금 우리를 그의 무대 위로 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김지훈의 분석과 박수진의 직감. '붉은 장미'는 자신의 스승이 건재함을, 그리고 자신이 그의 의지를 잇고 있음을 세상에, 아니, 오직 박수진에게만 알린 것이다. 놈은 박수진을 자신의 연극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현우의 재판은 이제 단순한 형사 재판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원사'의 유령과 벌이는 위험한 대국(對局)이 되었다. 나와 박수진, 그리고 그림자 속의 김지훈까지.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정원에 다시 한번 균형과 질서를 되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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