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선변호사 입니다 (2편) - Part1

악마의 기억

by sarihana

제1부. 정원을 가꾸다

제1장: 첫 번째 꽃


나는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달랐다. 사람들은 만개한 꽃의 화려함에 감탄했지만, 나는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땅속에서 썩어가는 씨앗의 고통과 희생을 보았다. 세상은 나에게 지독한 모순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떠들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갉아먹는 추악한 위선자들의 소굴. 나는 그들을 보며 썩은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의 정원에 그들을 심어야겠다고.


나의 첫 번째 씨앗은, 한때 나의 모든 것이었던 여자, 지영이었다.


우리는 낡고 좁은 작업실에서 세상을 바꿀 이야기를 꿈꿨다. 싸구려 커피와 씁쓸한 빵으로 밤을 새우며, 그녀는 나의 글에, 나는 그녀의 그림에 서로의 영혼을 섞었다. 그때의 그녀에게서는 비 온 뒤의 흙냄새와 낡은 종이 냄새가 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순수의 향기였다. 하지만 세상의 달콤한 유혹은 그녀의 영혼을 잠식했다. 그녀는 우리의 꿈을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팔았고, 나의 모든 것을 짓밟고 얻은 성공을 만끽했다.


배신은 한 순간의 폭풍이 아니었다. 거대한 댐이 아주 미세한 균열로부터 무너지듯, 그녀의 타락은 천천히 나를 질식시켰다. 나는 그녀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글을 썼고, 그녀는 나의 아이디어를 단 한 번의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의 작품이라며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텅 빈 영혼으로 그녀의 기만적인 성공을 지켜보아야 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천재라 칭송할 때마다, 나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나의 순수와 열정은 그녀의 성공을 위한 연료가 되었고, 나는 버려졌다. 어느 날 파티에서 마주친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흙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야망의 시큼한 냄새와 거짓의 비릿한 악취가 진동했다. 그녀는 나의 정원에서 가장 먼저 뽑혀야 할,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추악한 잡초가 되었다.


그날 밤, 나는 그녀의 세상에 들어섰다. 한때 내 집처럼 드나들던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타인의 욕망으로 채워진 낯선 박물관 같았다. 벽에는 그녀가 훔친 나의 아이디어로 받은 상패들이 시체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침실로 들어갔다.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은 천사 같았지만, 나는 그녀의 영혼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를 맡았다.


내가 그녀의 목에 손을 올렸을 때, 그녀가 눈을 떴다.


아, 그 눈빛.


처음에는 잠결의 혼란, 이내 나를 알아본 경악,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이해한 순수한 공포. 그 짧은 순간에, 그녀의 눈은 거짓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가장 원초적인 진실을 드러냈다. 그것은 내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본, 그녀의 진짜 얼굴이었다. 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다.


그녀의 몸부림이 멎었을 때,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나는 완전한 고요 속에서 나의 첫 작품을 내려다보았다. 부패의 악취는 사라지고, 텅 비어버린 순수한 캔버스만이 남았다. 나는 준비해온 가장 희고 깨끗한 치자꽃 한 송이를, 아직 온기가 남은 그녀의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치자꽃은 순결을 상징하지만, 내가 놓아둔 꽃은 그녀의 배신으로 죽어버린 나의 순수함을 향한 묘비이자, 그녀를 '정화'했음을 증명하는 나의 첫 번째 서명이었다.


순결한 치자꽃 향기가 공간을 채우는 순간, 나는 환희와 해방감을 느꼈다. 그녀가 비로소 나의 정원에 뿌리를 내린 것을 느꼈고, 나는 나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