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빵집 (확장판) - Part10

빵이 전하는 위로

by sarihana

10장. 아버지의 방문, 그리고 화해


골목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이 한창이던 어느 늦은 오후였다. 준서는 자신이 설계한 작은 마을 도서관에 있었다. 개관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던 참이었다. 그는 완벽한 도면을 확인하는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장 모서리에 보호대를 붙이고, 햇살이 가장 따뜻하게 드는 창가에 낡은 소파를 옮겨 놓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도서관 입구에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아버지였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각이 잡힌 비싼 코트를 입고,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빛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준서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던 도서관의 모든 것들이 흠집투성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규격이 다른 기부받은 책장들, 아이들이 벽에 붙여놓은 삐뚤빼뚤한 그림, 제멋대로인 동선. 준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치 건물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처럼,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준서는 그의 뒤를 따르며 숨을 죽였다. 아버지의 침묵은 그 어떤 질책보다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


아버지는 일부러 거칠게 마감한 노출 콘크리트 벽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는 창가에 놓인, 가죽이 닳고 색이 바랜 낡은 소파 앞에 멈춰 섰다. '시간의 빵집'에 있던 바로 그 의자처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가구였다.


준서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아버지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일 뿐이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그림책 서가 앞에 섰다. 그때, 책을 꺼내려던 한 아이가 뒤로 비틀거리다 아버지의 다리에 쿵 부딪혔다. 아이는 겁을 먹고 "죄송합니다!" 외치며 도망쳤고, 아버지의 비싼 코트 자락에는 아이의 작은 손자국이 희미하게 남았다. 준서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코트에 남은 작은 손자국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천천히 준서에게로 몸을 돌렸다. 드디어 길고 긴 침묵이 깨졌다.


"이 건물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준서야."


아버지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지었던 그 어떤 건물보다 흠집도 많고, 비효율적인 공간도 많구나.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 건물은 살아있다. 네가 처음으로... 도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담을 그릇을 만들었어."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하고 묵직한 손이었다.

"이제야 진짜 '사람의 집'을 짓게 되었구나. 자랑스럽다, 아들아."


그 한마디에, 준서를 평생 짓눌러왔던 거대한 벽이 허물어져 내렸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는 애써 참아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년간 이어진 부자의 차가운 전쟁이, 가장 불완전하고 따뜻한 공간 안에서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은 준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시간의 빵집'과 골목을 지키는 일에 더욱 단단한 확신을 갖고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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