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빵집 (확장판) - Part12

빵이 전하는 위로

by sarihana

12장. 제자의 빵, 새로운 시작


골목의 상처가 아물고, 공동체의 연대가 단단해지면서 또 한 해의 시간이 흘렀다. 빵집의 낡은 문은 이제 더 이상 삐걱거리지 않았고, 수진 씨의 꽃과 서연의 기타 소리는 빵집의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늦여름의 어느 날, 뜨거운 오후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빵집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한 고등학생이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잔뜩 긴장한 채 어색하게 맞잡은 두 손,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소년은 내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저... 빵을 배우고 싶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지후였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오래전, 완벽이라는 갑옷을 입고 떨고 있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지후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늘 1등을 해야 했고,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 빵을 굽는 행위는 점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낯설고 두려운 도전이었다.


지후는 서툴렀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유명 유튜버의 레시피를 띄워놓고, 디지털 저울로 0.1g의 오차도 없이 계량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은 늘 굳어 있었다. 반죽은 그의 불안감을 아는 듯 딱딱하게 뭉쳤고, 오븐에서 나온 빵은 모양은 그럴듯했지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실패할 때마다 그는 괴로워했다.


"레시피랑 똑같이 했는데... 왜 맛이 없죠? 저는 재능이 없나 봐요."


어느 날, 나는 그의 손을 멈추게 하고 스마트폰을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그의 손 위에 나의 손을 포갰다.


"지후야, 반죽의 말을 들어봐. 오늘은 좀 피곤하다고 하네.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만져달라고."


나는 눈을 감고 반죽을 느끼게 했다. 반죽의 온도, 점도, 숨을 쉬며 부풀어 오르는 미세한 움직임. 나는 나의 실패담을 들려주며 속삭였다.


"빵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야. 살아있는 생명과 대화하는 거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굽는 거야. 네 서툴고 불안한 마음 그대로를 구워보렴. 그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빵이 될 거야."


가을이 깊어지고, 마을에서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시간의 빵집'도 작은 가판을 열기로 했다. 준서가 튼튼하고 멋진 가판을 짜주었고, 지연이 예쁜 손글씨로 간판을 만들었다. 축제 당일, 지후는 밤새워 만든 투박한 사과 파이를 내놓았다. 모양은 제멋대로였지만, 그의 진심이 담긴 첫 작품이었다.


축제가 시작되자, 지후는 불안한 얼굴로 손님들을 맞았다. 옆 가판의 화려하고 완벽한 모양의 디저트들을 보며 그는 더욱 위축되었다. 그때, 한 꼬마 아이가 그의 파이를 가리켰다. "엄마, 나 저거! 울퉁불퉁한 게 꼭 감자처럼 생겼어!"


아이는 파이를 한 입 베어 물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진짜 맛있다!"


그 순수한 한마디에, 지후의 얼어붙었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파이를 맛본 사람들의 입에서 "맛있다!"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그의 가판 앞에는 어느새 긴 줄이 늘어섰다. 준서와 지연, 서연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서툰 솜씨로 지후를 도왔다.


축제의 불빛이 골목을 환하게 밝히던 밤, 파이를 모두 팔아치운 지후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선생님, 제가 만든 빵이... 사람들을 웃게 했어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누군가의 시간을 굽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가판에서는, 이제는 골목의 좋은 친구가 된 윤아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완전한' 케이크를 나누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지후를 향해, 진심 어린 격려가 담긴 눈빛으로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간의 빵집'에서 시작된 온기는, 이제 새로운 세대의 손끝에서 또 다른 시간의 빵으로 구워져, 축제의 밤을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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