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Part10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10월: 낙엽, 그리고 부고


바싹 마른 낙엽들이 아스팔트 위를 스산하게 뒹굴었다. 가을의 풍요로움 대신, 죽음의 냄새가 도시 공기에 섞여들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울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도시의 정적을 날카롭게 할퀴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그 소리는 마치 길 잃은 영혼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어느 늦은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나를 깨운 것은 악몽이 아니라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였다.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이었다. 바이러스 확진이었다.


병원으로 달려가는 내내, 차창 밖 도시의 불빛은 흐릿한 잔상으로 번져나갔다. 응급실은 아비규환이었다. 차가운 소독약 냄새와 고통에 찬 신음, 그리고 감정 없는 기계음이 뒤섞여 지옥도를 그리고 있었다. 몇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만난 의사는 피로에 절은 얼굴로,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분 연세가 있으시고, 폐 손상이 심각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의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수많은 튜브와 전선에 둘러싸인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평생 강인함의 상징이었던 아버지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숨을 내쉬는 앙상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희미하게 눈을 떠 나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끊어질 듯 간신히 말했다.


"...그 영상이... 다 거짓말이었나 보다... 내가... 내가 틀렸다..."


나는 아버지의 앙상하고 차가운 손을 잡았다. 너무 늦어버린 아버지의 참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괜찮다'는 흔한 거짓말조차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수십 년간 쌓인 불신이 만들어낸 견고한 벽 앞에서, 나의 진실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저 아버지의 마지막 고통을 무력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며칠 뒤, 아버지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간소하게, 그리고 외롭게 치러졌다. 조문객들은 바이러스를 두려워했고, 아버지에게 그 '진실의 영상'을 보냈던 작은아버지마저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텅 빈 장례식장을 정리하던 날,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오빠, 아버지 가시는 길 보니까… 더 확실해졌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 평생 고생만 하시고, 마지막엔 저렇게 외롭게... 이런 세상에 내 아이를 데려와서 똑같은 고통을 겪게 할 수는 없어. 우린 그냥 우리 둘이서, 조용히 살다가 가려고."


최근 동생 부부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고 했다. 그들은 아이 대신 강아지에게 모든 사랑을 쏟으며, 불안한 노후를 대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동생의 선택을 존중했지만, 한 가족의 비극이 어떻게 한 세대의 미래에 대한 선택을 정당화하는 증거가 되는지를 목격하며 가슴이 저려왔다. 나의 이 기록은 아버지의 부고장이자, 신뢰를 잃고 서서히 죽어가는 이 사회 전체의 사망 진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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