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17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5월: 환대받지 못하는 자들


5월. 세상은 '가정의 달'이라며 억지 미소를 강요했다. 거리에는 카네이션이 넘쳐났고, TV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떠들어댔다. 하지만 우리 집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부모님은 빚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그림자처럼 변해갔고, 나는 그들의 침묵을 견디지 못해 배달 콜이 없어도 밤늦게까지 거리를 떠돌았다.


어느 주말, 어머니는 "이러다 우리 가족 다 흩어지겠다"며 억지로 외식을 주선했다. 새로 생겼다는 식당은 SNS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세련된 필기체로 쓰인 문구가 우리를 맞았다.


'NO KIDS ZONE (13세 이하 출입 제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어머니는 "어머, 조용하고 좋겠다"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고, 아버지는 무언가 기록할 거리를 찾은 사람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 둘 모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그냥 '조용한 식당'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선고였다. '미래는 환영받지 못한다. 너희들의 아이들은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라는 사회 전체의 선고.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봐요, 이 나라는 애 낳아서 키울 환경이 아니라니까. 낳아봤자 환영도 못 받는데."


그날 저녁,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며 흥분해 있었다.


"우리도 내년쯤엔… 생각해보자. 내가 본 아파트가 있는데, 대출 좀 받으면…"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는 순간, 결심이 섰다. 나는 더 이상 이 거짓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였다.


"헤어지자."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갑자기 왜 그래?"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너랑 같이 갈 수가 없어. 네가 말하는 그 미래, 나한테는 그냥 빚더미고 지옥이야. 애 낳으면 '민폐' 취급이나 받는 세상에서, 평생 돈에 쪼들리며 살고 싶지 않아. 난 그냥… 자신이 없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말들을 골라 내뱉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나라는 희망 없는 닻을 끊고,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그녀는 울었고, 나는 그 눈물을 외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내가 내 손으로 내 미래를 부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이상한 해방감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필요도, 기대에 부응하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5월의 밤공기는 꽃향기 대신 축축한 절망의 냄새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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