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록자
2025년 6월: 젖은 아스팔트
장마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고,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불쾌했다. 빗줄기는 시야를 가렸고, 아스팔트는 얇은 기름 막처럼 번들거렸다. 오토바이 바퀴가 미끄러질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스마트폰의 배차 알림은 멈추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콜이 많았고, 사람들은 젖기 싫어하는 만큼 더 빠르고 완벽한 배달을 원했다.
그날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와이퍼 없는 헬멧 실드 위로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한시라도 빨리 음식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생각에, 골목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코너를 도는 순간이었다. 마주 오던 차가 중앙선을 살짝 넘어 달려왔고, 나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끼익-' 하는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가 균형을 잃었다. 내 몸은 속수무책으로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무릎과 어깨에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빗물과 흙탕물이 뒤섞여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쏟아진 떡볶이 국물이 빗물에 섞여 핏물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차가 멈춰 서고, 운전자가 내렸다. 그는 내게 괜찮냐고 묻는 대신, 자신의 차 앞 범퍼를 살피며 인상을 썼다.
"아, 진짜 재수 없게… 학생, 운전 똑바로 안 해?"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아닌 귀찮음과 짜증이 가득했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내 안위보다, 엉망이 된 음식과 곧 쏟아질 고객의 항의, 그리고 플랫폼에 기록될 페널티가 먼저 떠올랐다. 절뚝거리며 일어나 헬멧을 벗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변상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날 밤, 엉망이 된 몰골로 집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내 무릎의 핏자국을 보고 놀라 달려왔다.
"괜찮아, 그냥 비 와서 살짝 미끄러졌어."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나의 굴욕과 무력함을, 나의 존엄성이 아스팔트 위에서 떡볶이 국물과 함께 뭉개져 버렸다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방에 들어와 혼자 소독약을 바르며, 나는 깨달았다. 이 도시에서 내 몸은 오토바이에 달린 소모품과 다르지 않았다. 망가지면 나 혼자 고치거나, 버려질 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현실 세계에서 영혼의 브레이크가 완전히 고장 났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