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19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7월: 벌레의 시간


7월의 서울은 거대한 열대 섬이었다. 아스팔트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는 도시 전체를 흐릿하게 왜곡시켰고, 오토바이 엔진 열기와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뒤섞여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헬멧 속은 사우나 같았다. 땀이 눈으로 흘러들어 따가웠지만 닦을 수조차 없었다. AI 배차 시스템은 폭염 경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콜은 쉴 새 없이 울렸고, 나는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나 자신이 과열된 엔진 부품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와중에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전화기 너머로 애써 침착한 목소리를 냈지만, 나는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병원비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하루 종일 목숨 걸고 버는 돈은, 최첨단 의료 기계가 한 시간 돌아가는 비용도 되지 못했다. 무력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나는 가족의 고통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하는 짐 덩어리였다.


그날 저녁, 해가 저물었음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강남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마지막 배달을 가던 길이었다. 피로와 열기에 정신이 몽롱했다. 좁은 이면도로에 정차된 검은색 외제차 옆을 지나는 순간, 아무런 경고도 없이 운전석 문이 활짝 열렸다.


"쾅!"


나는 피할 새도 없이 문짝과 부딪혀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지난달의 사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에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팔과 다리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멀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며,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아, 씨... 재수 없게. 야, 너 눈 없어? 어디서 배달 거지 따위가 차에 흠집을 내!"


그의 입에서 '거지'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나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니,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나와 다른 존재라고. 너의 고통 따위는 내 차의 흠집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그 순간, 나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 벌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밟아 뭉개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박살 난 음식과 피가 흐르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물어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는 "지난번처럼 그냥 살짝 부딪혔어"라고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내 상처를 걱정했지만, 나의 존엄성이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천장에 어른거리는 남자의 경멸 어린 표정을 보며, 나는 현실 세계에서 나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벌레에게는 벌레의 세상이 어울리는 법이다. 나는 조금씩, 로그아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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