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20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8월: 무너지는 소리


여름의 끝자락이었지만, 폭염은 마지막 기세라도 부리듯 도시를 달구었다. 7월에 다쳤던 어깨는 비가 오려는지 욱신거렸고, 아스팔트의 열기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숨 막혔다. 집안의 공기는 바깥보다 더 무거웠다. 외삼촌의 가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고, 할머니의 병원비와 불어난 대출 이자는 매일 밤 부모님의 한숨 소리가 되어 내 방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그 모든 소리를 들으며, 내가 이 집의 가장 큰 부채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날 저녁, TV에서 금리 인상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상 최대폭', '영끌족의 비명'. 자극적인 단어들이 화면을 채웠다. 식탁에 마주 앉은 어머니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창밖을 보며 위태롭게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가리켰다.


"오늘 유독 배달 기사들이 바빠 보이네. 저 사람들은 이 빗속에서…"


그때였다. 어머니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는 소리가 폭음처럼 울렸다.


"제발 그만 좀 해!"


어머니는 울부짖고 있었다.


"당신이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 할 때야? 당장 우리 집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당신이 쓰는 그 잘난 기록이 대출 이자 한 푼이라도 내줘? 현실을 좀 보란 말이야!"


나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척, 고개를 숙인 채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어머니의 절규는 정확히 내가 매일 밤 스스로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했지만, 어머니와 나는 그 세상의 가장 날카로운 파편에 온몸을 베이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선량함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그 무력함이 때로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고 있었다.


견딜 수 없었다. 이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 희망 없는 발버둥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 말했다.


"아빠, 그냥 포기하세요. 세상은 원래 그런 거예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거고, 약한 사람은 도태되는 거고. 아빠가 그렇게 글 쓴다고 바뀌는 거 하나도 없잖아요. 제발 우리까지 힘 빠지게 하지 마세요."


내 차가운 목소리에, 부모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거실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더 이상 울음소리도, 한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투는 소리보다 더 무겁고 절망적인 침묵이 집을 삼켰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우리 가족이 마침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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