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없는(있는) 삶

어떤게 좋은거야?

by sarihana

나는 굴곡 있는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다. 지금도 굴곡의 골짜기에서 허둥대며 하루를 버틴다. 때로는 이런 나의 인생을 누군가는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란 결국 상대적인 것. 내가 아픈 이 굴곡이 누군가에겐 빛나는 경험으로 보일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헷갈린다. 굴곡 없는 삶이 과연 좋은 것일까? 그렇다고 굴곡 있는 삶의 고통이 그만큼의 가치를 보장해 주는 것일까?


영화 타짜에서 장마담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파도 없는 놈이 어디 있냐, 이 자식아.”

짧지만 묵직한 이 한마디는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꼭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파도는 찾아오고, 그 파도는 때로는 우리를 삼키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앞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오르막이 오는 것이 인생의 리듬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 잠드는 삶.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서 큰 기쁨도, 깊은 슬픔도 없이 잔잔히 이어지는 삶. 누군가는 이를 안정이라 부르며 동경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미건조하다고 여긴다.


인생의 굴곡은 종종 시련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우리를 단련시키는 힘이 된다. 예상치 못한 실패는 겸손을 가르치고, 힘겨운 이별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병마와의 싸움은 삶 자체의 간절함을 새기게 한다. 굴곡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길목이자, 밋밋한 풍경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하는 산맥과도 같다.


그렇다고 굴곡 없는 삶이 의미 없다는 것도 아니다. 거대한 파도가 아닌 잔잔한 물결 속에서도 행복은 충분히 피어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미세한 변화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아침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들이 바로 그러한 예다. 어쩌면 굴곡 없는 삶은 평온 속에서 더 깊은 내면의 평화를 길러내는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굴곡의 유무가 삶의 가치를 결정짓는 기준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치를 길어 올리느냐이다. 굴곡이 있든 없든,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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