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사회 초년생으로 성장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25 살.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보다는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졌던 시간들이었다.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채워지지 않은 것에 집중하다 보니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마음은 헛헛했고, 고민은 많았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남몰래 무겁고 심각했나 싶지만 내면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름대로 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혼돈의 시간 속에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책이 바로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다. 우연한 기회에 서른이 넘어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사랑'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 주어졌기에, 나의 서툰 생각들을 담아본다.
책은 노희경의 반성문과 같은 고백으로 시작된다.
# 25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니
무시무시하면서도 묘하게 기분 나빠지는 이 제목은 무엇이란 말인가. 연애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발끈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제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기징역이야 뭐야?'
반성문과 같은 노희경의 글을 처음 읽었던 당시, 연애하고 있지 않았기에 잠시 발끈했지만, 잠잠히 생각해보니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본적이 있는지, 열렬히 사랑해 본적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가 없었다. 노희경의 말대로 나는 참 멋없게도 내 자신을 지키고자 애썼던 시간들을 보냈던 것이었다. 상처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까지 사랑임을 깨달았고, 비록 찌질해 보일지언정 절대 냉소적인 삶을 살지 말자고, 용기내어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 어느덧 32살
7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책을 읽었다. 7년의 시간을 통해 조금은 어른이 된 건지, 글을 써 내려간 노희경의 마음이 깊게 느껴져서 몇 번씩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노희경의 인생과 가치관을 담고 있는 자서전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가 내 옆에 있다면 참 애써왔고,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축복받지 못한채 태어났고, 또 자라났고, 굽이굽이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살아낸 노희경
'사랑하라'는 진부한 말이 결코 진부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노희경의 힘이 아닐까 싶다.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살아내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그녀는 서로 사랑해야 하고, 상처를 보듬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이 참 따뜻한가 보다. 그녀의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고 있으니 말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같은 마음을 품는 것인데, 아픔과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자가 어떻게 다른 이를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나 역시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위로? 혹은 합리화? 해보는 것은 이러한 아픈 경험들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많이 컸다. 토닥)
# 보이지 않는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안하던 행동과 말을 한다. 무뚝뚝한 사람이 애교쟁이로 변신하기도 하고, 저밖에 모르는 사람도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이토록 사랑은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끈다.
남녀간의 사랑에는 이토록 정성을 쏟고 있지만,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우리가 더욱 표현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을 말이다. 좋은 싫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핏줄(부모님, 형제, 자녀 등등), 친구, 스승, 제자 등... 남녀간의 설렘가득한 감정은 아니지만, 공기처럼 보이지 않아도 나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 역시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불끈~!
# 사랑받아 마땅하다.
나는 사랑제일주의다. 이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만 있으면 전쟁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나고, 다시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믿는다. 꽃에게 물을 줘야하듯 사람은 사랑을 먹어야 건강하게 자라난다. 며칠 전 떠나는 후임샘을 축복하면서 보내기 위해 어머니들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연습해달라고 부탁했었다. ADHD성향을 가지고 있어 유독 혼이 많이 나지만, 늘 해맑고 성격 좋던 이 아이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 난 혼나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께서 아이를 붙잡고 함께 펑펑 울었다고 하는데 나도 어찌나 찡한지,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꾸욱 참고 말했다.
"어머니 노래 자주 불러주세요. 그리고 자주 말씀해주세요.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다. 사랑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서. 사랑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꿈같은 세상이 되어지기를 바래본다.
영화 물랑루즈 : 우리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