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깊은 밤이었다.
눈은 조용히 내려와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별빛마저 가만히 멈춘 사이,
눈송이는 꽃잎처럼 흩날리며 땅에 내려앉았다.
조용히 쌓이던 눈은,
언젠가 사라질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을 온전히 바치는 듯했다
얼어붙은 땅은 눈을 삼키고,
그 차가운 잔재는 어딘가에서 녹아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면,
그 흔적은 시드는 꽃잎으로 돌아와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겠지.
봄바람 한 줄기가
벚꽃잎 하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꽃잎은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을 듯
잠시 허공에서 춤추다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 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그 짧음 속에서 영원을 본 듯 나는 숨을 멈추었다.
눈꽃에서 꽃잎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은
언제나 같은 듯 새롭다.
사라짐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되고,
모든 흔적은 결국 어디론가 흘러가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
삶은 그렇게 덧없으면서도 아름답고,
우리는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
영원의 흔적을 더듬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