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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항해

by 이선율

153번 버스는 서강대교를 건너며

한 조각 유랑선이 된다.

한강의 물결이 창을 두드릴 때

나는 만선의 꿈을 품은 선원이 된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좋다.

꿈은 물결 위에서 반짝이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준다.

햇살에 실려오는 새벽의 냄새가

내 어제의 슬픔을 지우고 지나간다.


매일 새벽 여섯 시 사십 분,

나는 이 배에 오른다.

항구는 보이지 않지만,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나는 이미 벅차오른다.


버스가 멈출 때,

물길은 다시 도로가 되고,

나는 세상 속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내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항해가 끝나지 않은 바다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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