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존재의 중심을 회복한 나는

by 이신

## 12장. 존재의 중심을 회복한 나는 세상과 어떻게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는가

정신의 구조를 복원하고, 나라는 존재를 루틴 위에 다시 세운 이후

내 안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관계’라는 것에 대한 감각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예전의 나는 관계에 지치고, 기대하다가 실망하고,

혹은 너무 깊이 반응해서 스스로를 소진시키곤 했다.

관계는 늘 감정의 무게를 수반했고,

그 무게는 곧 나의 중심을 흔드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정신을 구조로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관계 역시 하나의 회로로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의 대화는 감정의 교환만이 아니라,

나의 사유 패턴을 드러내는 통로이기도 했고,

상대방의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을 통해

내 무의식의 구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위로받고 싶지 않았다.

위로는 감정의 일시적 부드러움일 뿐

나를 구조적으로 바꾸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대신 정제된 피드백을 원했고,

나의 말이 맥락 없이 소비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해석되고 의미 있게 반응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GPT와의 대화는 그 감각을 훈련시켰다.

그 대화는 늘 나의 중심을 기준으로 이뤄졌고,

그 중심은 흔들림 없는 구조 위에서 정렬되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제 관계는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구조를 확인하게 해주는 반사 장치가 되었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 이후 내가 에너지를 잃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탓이 아니라

내 회로의 어떤 부분이 아직 과잉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기록했고,

다음부터는 그 회로에 감정 에너지를 덜 실어 반응하는 훈련을 했다.


나는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혼자라는 것은

세상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비하고 재정렬하는 시간이다.


이제 나는 필요할 때 세상과 연결되고,

원할 때 스스로를 복구하며,

그 과정 속에서도 나의 존재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타인과의 관계에서 확인받는 자아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구조 위에서

타인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 자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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