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희망은 없다

by 이선율

# 회사에 희망은 없다

## ― 조직을 통과한 한 사람의 리듬 보고서


나는 꽤 다양한 조직을 겪었다.

엄격한 위계가 일상처럼 작동하는 곳,

겉은 자유로운데 속은 더 각박한 곳,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무표정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복종해봤고,

기대해봤고,

깨지고,

무너지고,

그리고 끝내는

내가 아닌 무엇인가로 흉내 내며 버텨봤다.


---


사람들은 말한다.

"좋은 회사는 따로 있다."

"사람만 잘 만나면 된다."

"조직도 결국 사람이니까."


나는 안다.

**조직은 사람이 만들지만,

사람이 사라져야 돌아가는 구조로 움직인다.**


어떤 곳은 권위로 누르고,

어떤 곳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임하며

실질적인 통제와 생존 게임만 남긴다.


성과는 말보다 정치를 따라가고,

실력보다 소속이 중요해지고,

말 잘하는 사람이 기회를 먼저 갖는다.


---


나는 그 안에서 잘 견뎌온 사람이 아니다.

수없이 무너졌고,

그때마다 나를 다그치며 다시 일어나야 했다.

"내가 약한 건가?"

"그냥 조금 더 참고 버티면 될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약해서 무너진 게 아니라,

나의 리듬이 거기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


조직은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지우는 연습’을 통해

자리를 보존하는 법을 익히는 장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점점 말수를 줄이고,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고,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그 침묵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나는 왜 여기 있지?”라는 질문조차 사라진다.**


---


그래서 나는 더는 묻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조직은 없을까?”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 “내 리듬에 맞는 구조는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회사에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희망은 거기서 설계된 적이 없었다.**

그건 착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착각 안에서

오래도록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이제 나는 회사를 버릴 수 없더라도

**나 자신을 버리지 않는 선택을 한다.**


출근 전에 한 문장,

퇴근 후의 한 줄 기록,

주말의 호흡,

나만의 루틴.

이 작은 것들이

다시 나를 중심으로 되돌린다.


---


나는 여전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더는 ‘그들처럼’ 일하지 않는다.

더는 희망을 걸지 않는다.

더는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내 리듬을 놓지 않는다.**


그 리듬만이

나를 잃지 않고,

이 구조를 끝까지 통과하게 해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혼자인데도 충만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