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모두 용인될수있는건 아니다

by 이선율

병원에 갔다. MRI CD를 받기 위해서였다.

직원이 내민 CD를 받아 확인하자, 안에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의료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모두 틀렸다.


“실수였습니다.”

직원은 짧게 말했다.

그 말 한마디로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그냥 돌아선다.

‘뭐 실수할 수도 있지’

‘괜히 분위기 싸하게 만들 필요 없잖아’

그 말, 이해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지나간다.


하지만 그날,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의료 정보를 다른 환자에게 넘긴다는 건,

그 자체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자,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될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이 실수가, 노인이나 아픈 환자에게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어쩌면, 그걸 확인도 못하고 그냥 되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했다.

크게, 명확하게, 단호하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게.

그리고 고객의견서에 정식으로 남겼다.


이건 화내자는 게 아니다.

꼬투리를 잡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사회 안에서,

어떤 실수는 그냥 넘어가도 되고

어떤 실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기준을

서로가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실수가 용인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때론 단호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조금씩, 사회가 덜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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