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파동이고, 나는 그 너머에 있다

by 이선율


〈감정은 파동이고, 나는 그 너머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나는 기쁘다", "나는 슬프다", "나는 화가 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그 기쁨이, 슬픔이, 분노가 ‘나’ 자체일 수 있는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 모든 감정은,

실은 내 안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파동일 뿐이다.


마치 바다 위를 스쳐 지나가는 파문처럼,

기쁨은 일었다가 가라앉고

슬픔은 퍼졌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파문은 바다가 아니다.

파동은 나지만, 나는 파동이 아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잊을 때,

기쁨에 취하고, 분노에 휩쓸리며,

불안과 집착, 허영과 절망에 매몰된다.

감정이 곧 나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된다.


나는 오래도록 이 구조를 곱씹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내렸다.

진정한 행복은 강한 기쁨이 아니라, 조용한 평온이다.

슬픔이 없어서가 아니라,

슬픔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평온한 것.

기쁨이 넘쳐서가 아니라,

그 기쁨이 지나가는 것을 놓아줄 수 있기에 편안한 것.


강하게 기뻐하지 않고,

격렬히 분노하지 않으며,

기대에 들뜨지도 않고,

절망에 무너지지도 않는 상태—

그것은 결코 무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파형 너머에서 중심을 지키는 삶이다.


나는 그것을 ‘초애낙(超哀樂)’이라 부른다.

희로애락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동 속에 휩쓸리지 않는 상태.

그 위에서 서서, 바라보고, 지나가게 두는 상태.

그곳에 머무를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감정은 지나가고, 나는 남는다.

그 자각 안에서, 나는 나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고요한 자리에,

진짜 행복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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