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본질을 잡아먹는다

by 이선율

욕망은 본질을 잡아먹는다

어느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나는 이상한 장면에 멈춰섰다. 한 남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푸른 셔츠가 등에 바짝 들러붙을 정도로 팽팽했고, 그의 몸은 누군가의 육체라기보다는 어떤 ‘덩어리’처럼 보였다. 순간 나는 그것을 단지 체형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더 깊은 무언가, 어떤 ‘내면의 패배’처럼 보였다.

그는 살찐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잡아먹힌 것이었다.

지방, 당분, 짠맛, 육즙, 고소함, 그리고 일상의 타협 속에서 점점 무언가가 그를 점령해 갔다. 그의 본질은 내부 어딘가에 축소되어 웅크리고 있었고, 욕망이라는 층위들이 그 위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시선을 들어 앞을 보는 대신, 그는 허공을 응시했고, 그의 존재는 피곤해 보였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질투, 시기, 통제 욕구, 피해자 콤플렉스, 열등감, 보상심리.

욕망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욕망은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어떤 이는 시샘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고, 어떤 이는 남을 조종하려는 본능에 지배당한다. 어떤 이는 피해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전복시키고 싶어 한다.

그들은 어느 날부터 욕망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욕망에게 ‘이용’당하고 있다.

그 욕망은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그들의 본질을 먹는다. 먹고, 마시고, 자고, 표현하고, 정당화하고, 습관화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그들의 본질은 꿀통 속에 빠진 개미처럼, 달콤한 탐닉에 스스로를 밀어넣고,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는 본 것을 기록한다. 나는 그것을 단지 풍경으로 남기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도 그 꿀통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는 경고다.

욕망은 본질을 잡아먹는다.

그러니 나는 매일 깨어 있으려 한다. 먹는 것 앞에서, 말하는 것 앞에서, 내 감정이 작동하는 그 순간마다, 내 안의 본질이 다시 주도권을 가지도록.

욕망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다. 욕망에게 먹히지 않는 자가 되고자 한다.

그것은 자유다. 진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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