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과 성신여대 사이

by 이선율






프루스트는 어느 겨울날, 따뜻한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먹는다.
그 순간, 그는 갑작스레 어린 시절의 일요일 아침으로 되돌아간다.
고향 콩브레에서 이모가 구워주던 마들렌,
햇살이 부서지던 부엌, 바닥에 깔린 냉기,
그리고 엄마의 미소.
그 맛 하나가, 그 냄새 하나가,
잠자고 있던 기억 전체를 불러낸 것이다.

“그것은 과거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스스로를 호출한 순간이었다.”

오늘 나는 우연히 성신여대 근처를 산책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아무 목적 없이 흘러가다,
불현듯 이곳에 발을 디뎠다.
삼십 대 초반의 어느 날,
나는 바로 이곳에서 살았다.
이 거리, 이 건물, 이 골목들.
언제부터 있었는지 잊고 있었던,
하지만 한 번 보면 절대 모를 수 없는 풍경들이 나를 마주했다.

거리를 걷는 내내 이상하게도
“생각나야 할 이유조차 없었던 기억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의 공기,
그리고 그 시절의 외로움까지.

마치 내 안에 감춰져 있던 “내 시간의 씨앗”이
이 거리의 풍경과 접촉하며 다시 발아된 것 같았다.

우리는 때때로
“지금 이 순간”에 붙잡혀,
기억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감각은 그 기억을 깨우는 단서이고,
풍경은 그 시간을 재생시키는 장치다.

프루스트에게는 마들렌이 그 열쇠였다면,
오늘의 나에게는 이 성신여대 근처의 길 하나가
그 열쇠가 되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고리처럼,
때로는 문 하나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우연한 하루 속에서
그 문을 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의 내가 다시 나의 과거를 껴안으며 걷는 것.
그 자체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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