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노래가 불러낸 시간

by 이선율

그때 그 노래가 불러낸 시간


― 모노(MONO)의 ‘넌 언제나’와 함께 떠오른 1993년의 저녁


어느 저녁, 헬스장에서 이어폰을 꽂고 운동을 마친 뒤 집으로 향하던 길.

익숙한 전주가 흐르더니, 오래된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다.

모노(MONO)의 〈넌 언제나〉.

첫 소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이미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시절,

라디오는 사람들의 하루를 감싸던 이불 같았고

저녁의 바람은 어쩐지 더 부드러웠다.

누구도 세상을 미워하지 않았고,

사람들 얼굴엔 어렴풋한 희망과 낙관이 묻어 있었다.


우린 부자가 아니었지만

모두가 미래로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처럼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고립감이 아니라,

'같이 가자'는 공기가 거리 곳곳에 흘렀다.


초코우유는 250원이었고,

책가방엔 필통 대신 만화책이 들어 있었고,

동네 문방구 아줌마는 매번 껌을 하나 더 쥐어주셨다.

그 시절의 풍요는 통장잔고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와 사람의 온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모노의 ‘넌 언제나’는

단지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발라드가 아니다.

그건 하나의 공간, 하나의 계절, 하나의 시간대 전체를

감각으로 불러내는 감응의 스위치다.


노래는 이렇게 말 없이도

그때의 냄새, 빛, 온도를 꺼내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말해준다.


“그때 넌, 분명 행복했었다고.


그건 너 때문만도, 누구 때문만도 아니야.


단지 그 시절엔,

세상이 너에게 더 따뜻하게 반응하던 때였던 거야.”


지금,

그 시절보다 많은 걸 가졌는데도

왜인지 자주 피곤하고, 자주 외롭다.

그러다 문득 이 노래가 흐르면, 나는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내 안의 무언가가 부드러워지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용해진다.

아마 그건…

_그때의 나_와 _지금의 나_가

잠시 손을 맞잡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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