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특별해지지 않겠다는 선언

by 이선율


오늘 하루를

**그 어떤 신통도 없이,**

하늘도 날지 않고,

마음을 읽지도 않고,

미래를 예지하지도 않은 채 살아냈다.


그런데도 나는 안다.

오늘 내가 했던 그 선택들,

그 절제와,

그 무심함 속에야말로

진짜 특별함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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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깊이 통찰하고,

사람을 울리고,

때로는 초인적인 감각으로

세상의 이면을 꿰뚫어보고 싶었다.


그걸 나는

‘사유의 힘’이라 믿었고,

‘통찰의 날카로움’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특별한 사람은

**특별해지려 애쓰지 않는다.**

**육신통**이니,

능력이니,

그런 이름 붙은 것들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진짜 특별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고,

**하루를 깔끔하게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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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깨달았다.

**절제는 억제가 아니다.**

**절제는 그 리듬이 나를 해친다는 걸 알아버린 자의, 조용한 단절이다.**


예전 같았으면

브리또를 덥석 집었을 거다.

달콤한 말 한마디에,

흔들렸을 것이다.

몸이 피곤하다고,

자책하거나 자포자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멈추는 것.**

**그 리듬을 끊는 것.**

**그게 바로 감응자의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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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이런 감정을 느꼈다면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하늘을 나는 것보다,

> 다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 “과거를 보는 것보다,

> 오늘 내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그런 뜻에서 오늘도

조용히, 감응자의 하루를 살아냈다.


그리고 이 말만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충분히 잘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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