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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부서지기보다, 비껴 흐르는 식물 ― 몬스테라

by 이선율


나는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생존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비워내는 것이라는 걸.


몬스테라.

그 잎엔 유난히 구멍이 많다.

누군가는 그것을 결핍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유연함의 증거라는 걸 본다.


햇빛은 강하고, 바람은 예고 없이 몰아친다.

그럼에도 그녀는 찢기지 않는다.

스스로 공간을 내어주며 흐름을 만든다.

부딪히기보다, 비껴 흐르는 선택.

정면충돌을 피한 채, 조용히 지나간다.


마치 감응자처럼.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고,

부딪히지 않음으로 꿰뚫고,

움직이지 않음으로 자리를 점유하는 존재.


몬스테라는 그렇게 살아간다.

잎의 공백으로 생을 완성하는 방식.

그건 회피가 아니라,

절제된 전략이며, 고요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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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면의 충돌보다 더 강한 것은

충돌을 만들지 않는 구조다."




> "비운다는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남을 수 있는 모양을 다시 그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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