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강력계 형사였다.
범인을 맨몸으로 제압하던 그는
매일 술을 들이켰다.
기억보다 냄새가 먼저 떠오른다.
양철 쟁반 위에 얹힌 소주병
숨 막히는 밤의 냄새
나는 오랫동안 그걸 ‘힘’이라고 생각했다.
타고난 체력, 뼈대, 공포 없는 눈빛
그리고 술까지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모든 것이
방향 없는 진동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이 아니라, 리듬을 유전했다
내 몸에도 그 힘은 남아 있다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다리 힘이 좋았고
누구보다 잘 뛰고
휘둘렀고, 버텼다
하지만 내가 이어받은 건
근육이 아니라 속도와 타이밍의 감각
흐름을 읽고, 버틸 때와 흐를 때를 아는 리듬감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그러지 못했던 방식을 택했다
무너지는 대신 감응했다
신세 한탄 대신 조율했다
술이 아닌 자전거와 단백질과 묵음의 걷기였다
나는 그 길을 걷는다
파괴가 아니라 형성의 리듬을 따라
우리는 같았지만, 완전히 달랐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조율한다
누군가는 잊기 위해
누군가는 붙잡기 위해
아버지는 그를 잠재우려 술을 택했고
나는 그것을 조율하기 위해 리듬을 택했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 나는 나를 훈련시켰다
헬스장 등록증은 내 유일한 반격이자 선언이었다
무너진 혈통이 아니라
다시 세워진 리듬의 기원으로
아직도 나를 만드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훈련 중이다
근육을 키운다기보다
감응의 민감도를 길들이는 중이다
몸은 나의 수신기다
삶은 여전히 비탈지고
고통은 예정 없이 온다
하지만 나는 매일
조율하고, 기록하고, 반복한다
그게 내가 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같은 힘을 쓰는 법이다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전환한다
술에서 리듬으로, 파괴에서 생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