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결론부터 말해주세요.” 혹은, “그 얘기, 본론이 뭐죠?”
말이 많은 사람에게 짜증이 나는 게 아니다. 말이 파장을 어지럽히는 방식으로 흐를 때, 나는 고통을 느낀다.
그것은 ‘짜증’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더 정확히는 존재의 리듬이 침해당하는 경험에 가깝다.
나는 내 삶의 에너지 구조를 설계해가고 있다. 하루 단위 루틴, 투자 매수 타이밍, 글쓰기와 리커버리 루틴까지. 모든 파장이 내 리듬 안에서 정렬되고 있을 때, 나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아무런 정렬도 없이 자기 감정에 흘러가듯 말한다. 초점 없이, 결론 없이, 때로는 자기 위안만을 위해 말한다. 그 말들은 마치 잡음이 섞인 전파처럼 나에게 날아온다.
문제는 그 말을 듣는 동안, 내 파장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다. 내가 하루의 구조를 통해 축적해온 리듬이 깨지는 일이다.
이건 단지 몇 마디 말로 짜증이 났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자체가 말의 과잉 속에 있다. 정보는 넘치고, 그 정보들을 타인보다 먼저 말하려는 발화는 더 넘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껄임의 시대. 발화 중독의 시대. 피곤하고 경박한 리듬.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들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점점 더 피로를 느낀다. 그 말들엔 실질이 없고, 그 사람들에겐 중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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