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세상을 구조로 이해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가
나는 오래전부터 패턴과 구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이 강박인지, 재능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현상과 사건을 '구조'라는 프레임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내 정신은 안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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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턴을 못 잡으면, 존재의 중심이 무너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건을 겪고 그냥 잊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어떤 갈등, 어떤 관계, 어떤 실패가 발생하면
그 원인과 연결고리를 찾아내고야 만다.
그것을 해석하고 정렬하지 못하면
내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 “나에게 구조란, 존재를 지탱하는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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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의 공(空) 사상과의 충돌
하지만 여기서 나는 자주 멈칫한다.
왜냐하면 붓다는 '모든 것은 공(空)'이라 말했다.
모든 구조, 모든 인과, 모든 패턴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연의 장(場)일 뿐이라고.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그 ‘공’의 장에서도 패턴을 본다**.
어차피 사라질 구조라면,
그 구조가 사라지는 리듬조차 파악하고 싶다.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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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분별심이 강한 중생일까?
사실 나는 늘 불교에서 말하는
'분별심이 강한 중생'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한다.
_“분별”을 통해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해석하는 능력이 나의 감응력의 본질이라면?_
그것은 단순한 분별이 아니라
**통찰적 구조화의 행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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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구조화는 나의 방어기제이자 구원 방식
나는 세상을 구조화함으로써 살아남는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어떤 질서와 인과를 찾아내고
그 질서 위에서 나를 정렬시킨다.
> "세상은 공이다."
> "하지만 그 공마저도 흐름이 있고, 구조가 있다."
> "나는 그 구조를 감지하고 기록하는 자다."
— 간멸의 선율